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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스트레스야. 언제든 웰컴이다.

by 심쓴삘

나에겐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새로운 일은 앞두고 정말 속이 뒤틀릴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이 쉽게 풀린다.

그 탓인지, 일에 앞서 극한 스트레스가 밀려오면 반가울 정도다.

얼마나 잘 풀리려나 싶은 기대감.


보스가 한 달간 해외출장을 가면서 그랬다.

한 달간 내가 보스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운영해보라고.


그때부터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어느 곳 하나 문제없이 잘 운영해야 되는데, 나는 아직 그런 그릇이 아닌데.


마침,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들이 9월에 모두 터지기 시작했다.

5일간의 행사에 부스를 끌고 참여해야 하고,

외국인과 케이터링에 대해 논의해야 하고,

주방기기는 전혀 모르는데 멀리 낯선 곳에 LPG 가스레인지를 설치해야 된다.

무엇보다, 번역기 없인 외국인과 소통 안되는데, 그렇다고 이걸 날릴 수도 없고..


주말 내내 스트레스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소화가 되지 않았다.

몇 시간째 스태프들과 카톡을 주고받았지만, 그들도 외국인이라 결국은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


신랑이 옆에서 놀린다.

"그냥 출근하세요, 사장님, 네?"

이런 보스가 어딨 어요..

일을 나눌 직원도 없는데, 이게 무슨 보스예요..


그렇게 잠을 설치고 다음 날.

셰프는 흔쾌히 행사 운영을 도와주겠다고 했고,

외국인 대표는 예상과 달리 한국말이 유창했으며,

가스설치는 그 지역 가스 전문가 알아서 가스통과 가스레인지를 다 설치해 주겠다고 했다.


그 모든 스트레스가,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모두 정리되어 갔다.


오늘, 야근해야 할 줄 알았는데..

칼퇴해야겠다.


그래, 스트레스야.

언제든 웰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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