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두 엄마

by 심쓴삘


아침부터 딸아이가 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밥 먹으라니까 왜 또 그래?”
내 목소리는 어느새 높아지고, 아이는 더 고개를 돌린다.

늦게 깨워서란다.

학교 숙제도 밀려 있고, 내가 해주려는 조언마다 “알았어!”라며 짜증 섞인 대답만 돌아온다.
그럴 때마다 속이 상한다. 나는 단지 더 나은 길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내 진심은 아이에게 벽처럼 느껴질까.

방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통화 소리에 발걸음을 돌린다.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그러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서운하다.

그날 밤, 문득 오래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스무 살 무렵, 나는 늘 엄마의 말이 답답했다.
“조금 더 조심해라.”
“사람 믿는 건 좋은데, 너무 다 주진 마라.”
그 모든 말이 잔소리처럼만 들려서, 나는 귀를 막곤 했다.

그때도 엄마는 아마 오늘의 나처럼 문 앞에 서서 답답했겠지.
딸이 자기 마음 같지 않아 서운했을 엄마의 표정이, 이제야 눈에 선하다.
나는 엄마의 딸이면서, 동시에 우리 딸의 엄마다.
거울 속에서 두 얼굴이 겹친다.
나를 키운 엄마의 속상함이, 지금 내 가슴에 그대로 옮겨져 온 듯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딸아이의 책상 위에 작은 쪽지를 남겼다.

“너는 네 마음대로 살아도 돼. 다만, 엄마가 널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엄마도 외할머니한테는 그런 딸이었어.”

그날 저녁, 딸은 말없이 내 옆에 와 앉았다. 드라마를 보다가 내 팔에 기대더니 조용히 속삭인다.
“나도 알아, 엄마. 근데 그냥 가끔은 내 방식대로 하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렸다.
엄마도, 나도, 딸도. 결국 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이어가는 거였다.

나는 이제 안다.

딸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그것은 엄마가 나를 길러낸 그 순간이 다시 반복되는 것임을.
삶은 이렇게 이어지고,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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