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워킹맘 vs 죄책감

by 심쓴삘

출근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동료들과도 조금씩 말을 트기 시작했다.

나는 부서가 달라 혼자 사무실을 썼는데

나보다 어린 직원들이 종종 찾아와서는 동네사랑방처럼 수다를 늘어놓곤 했다.


회사에 다니는 날이 많아질수록 내가 조금씩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직업은 내 삶의 새로운 도파민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족들을 덜 신경 쓰게 되었다.

남편은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애들 반찬은 뭐 있어?”

집에서 내일 제출할 자료를 만드느라 반찬 해놓는 걸 깜빡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반찬 후딱 할 수 있어!"

당황하는 내 모습에 남편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한숨이 공기처럼 흘렀다.

밖에서 인정받을수록, 안에서는 질타받는 일이 잦았다.


일을 그만두고 싶은 날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적응되고 보니 그냥 일이 많은 자리였다.

40이 넘은 나를 받아준 이곳이 무척 감사한 건 맞지만,

더 이상 나를 갈아 넣고 싶지 않았다.


사표를 던졌다.

그랬더니 부장님이 제안을 했다.
"정규직으로 일해보는 건 어때요?"


정규직 자리가 있음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주 14시간, 최저시급으로 쓴 거야?

순간, 욱 하는 감정이 올라왔지만, 솔깃한 제안이었다.

육아와 집안일에 더 소홀해질 테지만, 월급이 올라가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지, 여기에는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아이들 학교 행사는? 하교 후 간식은? 저녁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며칠 동안 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회사에 앉아 일하는 내 모습은 분명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애들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늘 내편인 친정엄마에게도 털어놓았다.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너도 가족이 있으니까..

근데 엄만 네가 일했으면 좋겠어. 아직 젊잖아."


회사로 가는 길,

나는 늘 두 갈래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하나는 가족, 또 하나는 나 자신.
그 두 길은 좀처럼 겹치지 않았다.

정규직 제안.

그 단어가 나를 괴롭혔다.
이걸 얻으면, 뭘 잃게 될까.

나는 나의 작은 빌라 창문을 열어

빽빽이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방에 모여 자는 우리 네 식구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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