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07

감사일기

by 심쓴삘

저녁에 미역국을 끓였는데 미역이 참 부드러웠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해주어 감사하다.


저녁을 먹은 후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예전에 살던 애증의 빌라도 가봤다.

네 식구가 한방에서 10년간 살면서 울고 웃고 했던 곳.

둘째가 잘 때마다 조금씩 뜯어놓은 벽지와

베란다 창문에 그려놓은 그림들과

매년 모기를 잡았던 흔적들.

서로가 말은 안 해도 코가 시큰한 건 같았나 보다.

큰 방 한가운데서 오랜만에 넷이서 부둥켜안았다.

참, 감사하다.

이젠 떼인 전세금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어디선가 집주인이 이 글을 본다면

그만 자수하고 해결해 주길.


우리 아이들을 길러준 놀이터가 새 단장을 했고,

동네가 많이 밝아졌다.


종종 장 보던 건너편 마트와

아이들이 학원 마치면 꼭 들르던 무인아이스크림가게는 임대딱지가 붙었지만.


다 돌고 오니 10시.

맥주 한 캔 마시고.


오늘 하루도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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