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저녁에 미역국을 끓였는데 미역이 참 부드러웠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해주어 감사하다.
저녁을 먹은 후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예전에 살던 애증의 빌라도 가봤다.
네 식구가 한방에서 10년간 살면서 울고 웃고 했던 곳.
둘째가 잘 때마다 조금씩 뜯어놓은 벽지와
베란다 창문에 그려놓은 그림들과
매년 모기를 잡았던 흔적들.
서로가 말은 안 해도 코가 시큰한 건 같았나 보다.
큰 방 한가운데서 오랜만에 넷이서 부둥켜안았다.
참, 감사하다.
이젠 떼인 전세금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어디선가 집주인이 이 글을 본다면
그만 자수하고 해결해 주길.
우리 아이들을 길러준 놀이터가 새 단장을 했고,
동네가 많이 밝아졌다.
종종 장 보던 건너편 마트와
아이들이 학원 마치면 꼭 들르던 무인아이스크림가게는 임대딱지가 붙었지만.
다 돌고 오니 10시.
맥주 한 캔 마시고.
오늘 하루도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