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4

감사일기

by 심쓴삘

웃을 일 없는 하루였다.

아침부터 첫째가 불덩이라 회사도 제쳐두고

소아과에 갔다.

대기번호 30번..

늦게 접수한 사람들이 자꾸 내 앞 순서로 갔다.

왜 그런 건지 물어보려 했으나

사명감 하나로 지친 기색 없이 이 난리를 진두지휘하는

간호사들의 얼굴을 보고,

그냥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그렇게 1시간 반 후.

A형 독감.

독감주사에 비타민을 넣으면 좋대서

좋다는 거 다 넣고 20만 원 결제.


수액 맞고 병원 체류 3시간 30분 만에 탈출했다.

기력을 차리고 밥을 찾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돈가스 2인분을 해주니 다 먹고는

이내 잠에 빠졌다.


내일은 출근해야 되는데..

열이 내린 후 24시간 동안 발열이 없어야

등교가 가능하다.

그런 걱정을 한다는 게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생업인 것을.


그렇게 감사할 것도, 웃을 것도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저녁에 뜨끈한 게 먹고 싶대서 꼬리곰탕을 사 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한 어르신을 만났다.

문 열림 버튼을 문 닫힘으로 착각하시고 누르셨다.


그렇게 두 번이 반복되고.


- 이게 문이 잘 안 닫혀.

- 요거 누르시면 돼요, 제가 눌러볼게요.

- 아이고, 내가 문 열림을 눌렀네!!!

- 네, 저도 가끔 착각해요. 하하

- 아하하하, 내가 착각했네~~


그리고는 같이 웃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더니.

잠깐 함께 웃었는데, 행복해졌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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