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5

감사일기

by 심쓴삘

카톡으로 업무내용 온 것들을 확인하다 문득,

그동안 생업이 바빠 지인들과 너무 거리를 뒀다 싶었다.

카톡 대화 리스트가 죄다 업무 관련 내용뿐.


생각나는 친구들에게 안부문자를 보냈다.


남편과 크게 싸우고 아직 마음이 아픈 친구.

솔로 생활을 진하게 즐기고 있는 친정 오빠.

회사에서 특판 중인 맥주를 보내주겠다는 친구.

늙으면 우리 집에서 얹혀살겠다는 친구.

요즘 부동산 시장이 냉랭해 걱정이라는 건물주 친구.

나랑 대학 때부터 이 세상 모든 술을 마셔대던 의리파 친구.

남편 따라 조선팔도 이사 다니며 재밌게 사는 친구.

내가 사줄 칵테일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옛 동료들..


진짜 사람 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쉴 새 없이 웃고 있었다.


나이가 드니 익숙한 것이 편해

익숙한 대화, 익숙한 사람들만 쫒게 되고

매일 가족이랑만 지지고 볶아댔는데,

이제부터라도 다시 사회적 동물이 돼야지.


고교동창들과 실컷 수다를 떨며

90년대의 그 거리를 추억하다가

거울을 보니...

저 늙은 여자는 누굴까 싶어 피식 웃었다.


내 나이 40대 중반에

얘들과 아직도 이런 유치한 대화를 하며

낄낄 댈 수 있다니, 새삼 감사하다.


다시 너희를 만나면,

구르는 낙엽에도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겠지?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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