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크리스마스를 맞아 헌혈하러 갔다.
그런데 간호사님이 낯이 익었다.
약 10년 전쯤,
집 근처 대학교에 헌혈의 집이 있었다.
그곳을 가는 길의 경사가 워낙 가팔라
대부분 버스나 스쿨버스를 탄다는 걸 몰랐다.
헌혈에 대한 의지로 둘째를 업고 첫째는 유모차를 태워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쯤에서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오는 줄.
그 학교 학생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나도 내가 참 신기했다.
포기하면 저 무시한 경사의 내리막을 가야 된단 생각에
죽을힘으로 올라갔다.
더 올라가면 그만큼 더 내려와야 되는 것도 생각 못하고.
헌혈의 집에 도착하고.
비 오듯 한 땀과 홍당무 같은 얼굴에
한 간호사가 놀란 듯 뛰어왔다.
-걸어오신 거예요? 왜요?
그리고는 쿨팩, 이온음료, 멍 빼는 연고, 방수밴드, 영양제등.
헌혈하고 나면 생길 수 있는 모든 불상사를 원천봉쇄하듯
많은 물품을 챙겨주셨다.
등에 업힌 둘째를 앞으로 메고
헌혈을 하는 내내 옆에서 지켜보며 말 걸어주던 그분.
10년 만에 만나 그때 얘기를 하며
그때 유모차 탄 애가 이제 중학생 된다고 하니
소름 돋은 팔을 보여주셨다.
헌혈을 계속하다 보니 소중한 인연을 또 만날 수 있었다.
그때 받은 밴드가 아직도 집에 있다.
도저히 그날 기억에 버릴 수가 없어서.
그때,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