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6 - 법원, 조금만 더 편했으면..

감사일기

by 심쓴삘

난 평생 법원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전세사기로 '나 홀로 소송'을 준비하며 법원을 만났다.

법용어는 어렵고 제출서류에 대한 설명은 불친절했다.

바쁜 법원 직원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당연한 걸 요구하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했다.


법원에서 정해준 날짜가 법원의 임의대로 변경되기도 하고,

단어를 잘못 썼다며 다시 수정제출하느라 연기되고.

잡아둔 연차를 취소하고 잡기를 몇 번.

그땐 법조계분들이 오죽 바쁘시면 그랬을까,

내 사건을 봐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원래 법원이 그런 곳이려니, 그들은 그래도 되는 사람들이려니 했다.


그러다 '불량 판결문(최정규)'이라는 책을 접했다.

내가 겪은 불편함은 겪지 말아야 불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법원은 국민들의 불편함을 법으로 해결해 주는 일을 하는 곳이고

국민은 법원에 그 해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거라고.


이 책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판례는 기득권의 논리일지 모른다.'


가끔, 뉴스로 접하는 판결문을 보면

판사나 검사는 구름 위에 사는 사람들인가 싶을 때가 있었다.

어제 본 '과자 한 봉지 결제하지 않아 기소유예된 재수생'같은 사건.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판례들을 삶에서 애매할 때마다 참고했었는데,

듣고 보니 저 말이 맞다.

판례는 기득권의 논리.


20대 때 경찰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한 판례가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았다.

'성폭행범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_최말자 씨'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던 대표적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작년에 방영된 꼬꼬무에서 이 사건의 재심을 다뤘을 때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기뻐 감동의 눈물을 흘렸었다.


아닌걸 아니라고 말하고,

쉬운 길 마다하고 자갈을 밟으며,

국민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를 갈망하는

수많은 지식인들 덕분에

아무것도 한 것 없는 나조차

조금 더 당당히 살아보고자 다짐해 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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