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가끔 가게에서 만든 맥주캔을 집으로 가져와 마시곤 했다.
그걸 본 첫째가,
- 엄마, 그 캔에 맥주 말고 주스를 넣어줘.
아빠한테 몰카 하게.
- 재밌겠다! OK!
그리고 오늘 맥주캔에 사과주스를 넣고
캔을 만들었다.
- 아빠가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앉으시면
너희는 태연스럽게 맥주캔을 꺼내 벌컥 하는 거야.
알겠지?
엄마가 깜빡깜빡하면 그게 신호야!
순간이 다가오자 다들 긴장하고,
캔을 냉장고에서 꺼내는데.
둘째가,
- 엄마, 어린이맥주 마시자!
첫째가,
- 그런 게 어딨냐? 야! 너 때문에 몰카 망쳤잖아!
신랑은 애들이 맥주캔을 들고 뭐 하는 건지 어리둥절하고.
애들은 둘이 니 탓 내 탓하고.
계획은 좋았는데,
아쉽다.
하지만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미성년 자녀들과 함께
맥주캔을 따서 마셨다.
기분 묘했다.
10년 후로 타임머신 탄 듯이.
너희와 함께 진짜 맥주 마실 날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