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사 마이크뺏어 지옥불구덩이에 던진 사연

by 아들딸며느리
오디오북 유튜브 풀영상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5i5ZlJfCQSI



제 이름은 정복순이고 나이는 예순여덟입니다. 나는 남편을 십 년 전에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홀로 살면서 오직 교회와 가족만 붙들고 살아왔습니다. 새벽마다 기도원에 나가고, 수요일 금요일은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주일이면 찬양대 가운을 입고 서서 큰 소리로 찬송을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늘 말했습니다. “권사님은 참 믿음 좋으세요.” 그 말이 내겐 세상 무엇보다 큰 위로였고, 내 삶의 자랑이었습니다.

남편 없이 살다 보니 마음 붙일 데는 오직 교회와 자식들이었습니다. 아들, 딸, 그리고 손주들. 그게 내 전부였습니다. 나는 늘 생각했습니다. ‘내가 가진 게 없어도 기도로 자식들을 지키고, 교회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헌신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겠지.’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집사 한 분이 예배 끝나고 나를 붙잡았습니다. “권사님, 잠깐만요. 제가 좋은 기회를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그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권사님, 요즘 세상 어렵잖아요. 근데 하나님이 문을 여셨어요. 보증만 서주시면 됩니다. 돈 한 푼 안 내셔도 되고, 몇 달 안에 몇 배로 불어나요. 이건 하나님이 주신 기회예요. 그냥 놓치시면 안 되죠.”

순간 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 내가 보증만 서면 교회도 돕고, 선교헌금도 할 수 있고, 우리 손주들 학비도 거들 수 있겠구나.’ 하지만 겉으로는 망설였습니다. “아니, 내가 돈이 어디 있다고… 괜히 빚만 지는 거 아냐?” 그러자 집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휴, 권사님. 믿음이 있으시잖아요. 믿는 사람이 믿는 사람을 도와야죠. 이건 축복입니다. 하나님이 권사님께 맡기신 사명이에요.”

그 말이 내 심장을 콕 찔렀습니다. 나는 집에 돌아와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잘못된 길로 가면 막아주시고, 정말 주신 기회라면 열어주세요.” 기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이는 듯했습니다.

그날 저녁, 아들에게 살짝 말을 꺼냈습니다. “얘야, 교회 집사님이 그러는데 이번에 하나님이 주신 기회가 있대. 내가 보증만 서주면 된다네.” 아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소리쳤습니다. “엄마, 요즘 세상에 보증 서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사채예요! 엄마는 왜 교회 사람 말이라고 다 믿어요? 엄마, 이건 그냥 함정이에요.” 나는 당황했지만 담담히 대답했습니다. “얘야, 교회 집사님이신데 설마 그러시겠니. 교회 사람인데.”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방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나는 한동안 불안했지만, 또 기도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결국 나는 집사가 내민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글씨는 잘 몰라도 ‘투자 보증’이라고 쓰여 있었고, 나는 하나님이 길을 여셨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놀랍게도 첫 달에는 약속대로 이자가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통장을 꼭 껴안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맞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가 틀림없구나.” 나는 감사기도를 드리며 중얼거렸습니다. “주님, 더 큰 헌금 드리게 하시려는 거죠.”

그런데 두 번째 달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집사에게 전화를 하니 “잠깐만 기다려 보라.”며 얼버무렸습니다. 세 번째 달, 네 번째 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신 낯선 사내들이 우리 집 대문 앞에 서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여기 정복순 권사님 댁 맞죠? 보증인 맞으시죠? 돈 갚으셔야지요.” 목소리는 사납고 눈빛은 날카로웠습니다. 나는 겁에 질려 문을 쾅 닫았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마다 창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낮에는 교회에 나가도 사람들 눈빛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저 권사님, 빚에 얽혔다더라.” “사채라던데?”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이 내 귓가를 찔렀습니다. 나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 중에도 찬송가 가사가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들과 딸은 나를 원망했습니다. “엄마, 우리가 그렇게 보증 서지 말라고 했잖아요!” “엄마는 왜 교회 말만 믿어요? 믿음이 아니라 맹신이에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고개를 떨구며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잘못한 건가요? 저는 그냥 믿음을 따르려 했을 뿐인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그러던 어느 날, 손녀가 내 방에 들어와 속삭였습니다. “할머니, 그 집사 아저씨 이상해요.” “왜 그러니?” “할머니랑 얘기할 땐 친절한데, 전화할 땐 욕도 하고 돈 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녹음해뒀어.” 손녀가 휴대폰을 내밀었습니다. 녹음 버튼을 누르니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에 권사님까지 걸었어. 믿음 팔아먹는 게 제일 쉽다니까.”

나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분명 교회 집사와 함께 있던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눈앞이 핑 도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 길로 사채업자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떨리는 다리에 지팡이를 짚고 좁은 골목을 지나 그들의 사무실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서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낯선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교회 집사? 하하, 그 인간은 우리 브로커지. 교인들 신뢰 이용해서 보증 세우게 만드는 게 그 사람 역할이에요. 권사님 같은 분이 딱 타깃이죠.”

나는 온몸이 떨렸습니다. “그럼 이게 전부 함정이었단 말이에요?” 사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이미 다른 교회에서도 몇 번 써먹은 수법이에요. 권사님은 이제 발 뺄 수 없어요.”

나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주님, 저는 믿은 죄밖에 없는데 왜 이런 벌을 주시나요….” 속으로 울부짖으며 나는 사무실을 나와 터덜터덜 골목을 걸었습니다. 빚쟁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붙들었던 건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의 말이었고, 그 대가를 내가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는 것을.

밤마다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낮에는 골목에 낯선 남자들이 서성였고, 밤에는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정복순 권사 맞지? 당신 이름으로 보증 선 거, 이제 갚아야지. 시간 끌면 이자만 불어나. 오늘 갚을래, 내일 갚을래?” 거친 목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수화기를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손이 덜덜 떨려 끊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 순간 방에서 뛰쳐나온 아들이 전화를 낚아채 소리쳤다.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 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러나 전화기 너머의 비웃음은 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신고해 봐라. 법은 우리 편이야. 도장 찍은 게 누군데? 보증인 이름 석 자가 모든 걸 책임지는 거야.”

전화를 끊고도 거실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딸은 울음을 터뜨리며 내 앞에 주저앉았다. “엄마, 제발 왜 그러셨어요. 우리가 그때 말렸잖아요. 보증은 절대 서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런데 왜, 왜 엄마는 교회 집사 말만 믿었어요? 하나님 이름 팔면 다 옳은 줄 아셨어요?” 나는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나는 정말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선교도 하고 싶었고, 교회에 더 드리고 싶었어. 너희에게 짐 지우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그 말은 자식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과 같았다. 딸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이제 우리 삶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집도 잃고 다 거리로 나앉게 생겼잖아요.”

며칠 동안 집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교회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골목 어귀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의 시선이 바늘처럼 따갑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일부러 내 앞에서 속삭였다. “저 권사님, 사채에 손댔다더라.” “믿음 좋다더니 역시 돈 앞에선 다 똑같아.”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에도 등 뒤에서 웅성거림이 따라왔다. 결국 찬양대석 대신 맨 뒤 의자에 앉아 눈물만 훔치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녀가 내 방에 들어와 수줍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할머니, 저번에 녹음한 거 더 들어봤어요. 이상한 얘기 나와요.” 이어폰을 꽂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사님 건은 성공했어. 다음 타깃은 장로 사모님이야. 교회 사람들은 참 쉽다니까. 은혜니 축복이니 말만 하면 도장 찍어주지.” 또 다른 목소리가 맞장구쳤다. “이번에 돈줄만 제대로 확보하면 끝이야.”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교회 내부에 둘이나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손녀의 작은 손을 꼭 붙잡으며 속삭였다. “얘야,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직도 속고 있었을 거야. 이제 우리가 증거를 더 모아야 한다.” 손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우리는 집안 곳곳에 녹음기를 숨겼다. 전화 통화도 전부 녹음했다. 일부러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떠보았다. “집사님, 지난번 보증 건이 너무 걱정돼서요. 제가 얼마를 책임져야 하는 건가요?” 집사는 태연하게 말했다. “권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원금이랑 이자 전부 책임지시면 돼요. 그게 시스템이에요. 잠깐 힘들어도 하나님이 다 채워주실 거예요.”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하나님이 하실 일이겠지요.” 대화 전부가 녹음기에 저장되었다.

밤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러나 기도 중에도 마음은 평안하지 않았다. “주님, 제가 어디까지 나아가야 합니까. 교회를 지켜야 합니까, 제 체면을 지켜야 합니까. 이제는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저를 사용하셔서라도 진실을 드러내게 하옵소서.” 기도가 끝나면 눈물이 쏟아졌다. 베개가 젖어 아침마다 말려야 했다.

주일 예배 전날 밤, 나는 가족을 불러 모았다. “내일 내가 예배당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 더 이상 숨을 수 없다. 나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면 안 된다.” 아들은 펄쩍 뛰었다. “엄마, 그러다 교회에서 쫓겨나면요? 사람들 다 엄마 탓할 거예요. 교회 체면도 있고, 목사님도 난처해하시고….” 딸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엄마, 용기 내시는 건 좋은데, 너무 큰일로 번지면 우리 가족이 더 힘들어져요.” 그러나 나는 단호했다. “이미 우리는 힘든 길에 들어섰다. 이제 진실을 밝히는 게 내가 할 마지막 책임이다.”

다음 날, 예배당은 평소보다 더 많은 성도로 붐볐다. 나는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맨 앞자리에 앉았다.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목사님, 성도 여러분, 잠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배당이 술렁였다. 목사님은 당황한 듯 손짓했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저는 교회 집사의 말에 속아 보증을 섰습니다. 그가 말하길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회가 아니라 덫이었습니다. 저는 그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나는 손녀의 휴대폰을 꺼내 스피커를 켰다. 예배당 안에 울려 퍼진 목소리. “이번에 권사님까지 걸었어. 믿음 팔아먹는 게 제일 쉽다니까.” 이어 또 다른 목소리가 흘렀다. “다음 타깃은 장로 사모님이다.” 순간 성도들의 얼굴이 공포와 분노로 일그러졌다. 누군가는 탄식을 내뱉었고, 누군가는 울부짖었다.

집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이건 조작입니다! 권사님이 날 음해하려고 꾸민 거예요!” 그러나 이미 많은 눈빛이 그를 향했다. 장로들마저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그때 교회 문이 열리며 경찰관들이 들어왔다. 나는 미리 제출해 둔 자료와 녹음 파일 덕분에 수사가 개시되었고, 바로 그날이 체포의 날이었다. 경찰은 집사와 공모자로 지목된 구역장 남편을 연행했다. 수갑 소리가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고, 어떤 이는 집사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목사님은 강단에서 얼굴을 감싸쥐었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죄인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섰습니다. 하나님 이름으로 거짓을 꾸민 자들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며칠 뒤 경찰은 나를 불러 말했다. “권사님, 조사 결과 이들은 교회 신뢰를 이용해 수십 명의 교인을 속였습니다. 사채업자와 공모하여 돈을 빼돌렸습니다. 권사님이 용기를 내주셔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주님, 이제야 알겠습니다. 진짜 주신 선물은 돈이 아니라 제 곁을 지켜준 가족과 손녀의 용기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들과 딸이 나를 꼭 안았다. “엄마, 이제 걱정 마세요. 우리가 지켜드릴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하나님이 주신 진짜 은혜는 바로 너희들이구나.” 손녀는 내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할머니, 이제 다시 찬양대 서실 거죠?” 나는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그럼. 이번엔 진짜 주님만 바라보고 서겠다.” 창밖에는 따스한 봄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어젖히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진짜 평안이 내 마음에 찾아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낳고 잘사는줄 알았던 딸이 어느날 칼로 그은 손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