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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1탄) 조상묘에서 발견된 이것, 형제의 난

by 아들딸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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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ZD5BnnaXh4w&t=129s



분명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어.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거라는 것을.

1챕터: 추석을 앞두고 터진 폭탄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정말 믿기 어려운 실화예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인데, 아직도 꿈같아서 가끔 제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곤 한답니다.

저는 둘째 아들이에요. 형이 하나 있는데, 뭐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장남이라고 대접받으며 자랐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집은 실제로 번거로운 집안일은 다 저희 부부가 하게 되더라고요.

이야기는 작년 추석 한 달 전부터 시작됐어요. 어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얘야, 너 시간 있을 때 집에 좀 와봐라. 중요한 얘기가 있다."

뭔가 심각한 목소리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평소에 별 일 아니면 그렇게 부르시는 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 바로 고향에 내려갔죠.

집에 도착하니까 형도 와있더라고요. 어머니가 우리 둘을 앉혀놓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청천벽력이었어요.

"얘들아, 우리 조상님 묘가 있는 산이 개발된단다."

"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시에서 공문이 왔더라. 그 일대를 다 개발한다고, 6개월 안에 이장을 하라고 하네."

저는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우리 조상님들 묘가 그 산에 다섯 분이나 계시거든요. 증조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까지. 이장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상상도 안 됐어요.

형이 먼저 입을 열더라고요.

"어머니, 그럼 이장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그게 말이다. 장례식장에 알아보니까 묘 하나당 최소 500만원은 든다고 하더라. 다섯 분이시니까..."

저는 계산기를 두들겨봤어요. 2500만원. 거기다 새 묘자리 구입비, 석물 비용까지 합치면 4천만원은 족히 들 것 같더라고요.

"어머니,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요?"

형이 말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진짜 가관이었어요.

"아무래도 장남인 내가 주도를 해야겠지만, 둘째 너가 그동안 이런거 잘 처리해 왔으니까 이번에도 좀 수고해 주면 어때?"

저는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번에도 골치 아픈일은 자기만 쏙 빠지겠단 심사였죠.

제 아내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아주버님, 그동안 벌초며 제사 음식이며 매년 저희가 다 했잖아요. 애들 아빠도 저도 이젠 여력이 없어요"

맞아요. 벌초는 정말 매년 저희 부부가 했어요. 형은 바쁘다고, 서울 일이 있다고 핑계 대면서 추석 당일에만 잠깐 와서 절하고 가더라고요. 그런데 이장같은 큰 일까지 저희에게 떠넘기겠다구요?

어머니가 형을 보시더라고요.

"얘야, 그동안 벌초도 동생이 다 하고, 제사도 작은 며느리가 음식 다 해가지고 왔잖니. 이제 는 장남 노릇좀 해야하지 않겠니?"

형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어머니, 제 사정좀 봐주세요. 지금까지 둘째가 잘 해왔는데 제가 나섰다가 괜히 중요한일 그르치면 어쩌려고 이러세요"

"자랑이다. 그동안 집안 대소사 나몰라라 한게 장남으로서 잘한 짓이야?"

저는 속으로 박수를 쳤어요. 어머니가 팩트로 공격하시니까 형이 할 말이 없어하더라고요.

그런데 형이 또 한 수를 두더라고요.

"알았어요. 그럼 이장 비용은 반반씩 내되, 실무는 동생이 맡아서 하라고 하세요. 저는 회사 일 때문에 평일에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돈도 반반씩 내라고 하면서 일은 다 저보고 하라고요?

"형, 그럼 나는 뭐야? 나도 직장인인데 평일에 시간 내는 게 나는 쉬운 줄 알아?"

"아, 그래도 동생이 나보다는 융통성이 있잖아."

융통성이 뭐예요? 그냥 저보고 다 하라는 뜻이죠. 제 아내가 또 끼어들었어요.

"아주버님, 그런데 비용을 반반씩 낸다고 하셨는데, 저희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요."

솔직히 그때 저희는 정말 어려웠어요. 애들 학원비에, 집 대출금까지. 갑자기 2천만원을 내라고 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형이 팔짱을 끼고 말했어요.

"그래도 우리 조상님들 묘인데,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주버님은 그동안 벌초 한 번 오셨나요? 제사 음식 준비 한 번 도와주셨나요?"

"아, 그건 또 다른 문제고..."

저는 정말 화가 났어요. 그동안 모든 걸 저희가 다 했으면서, 이제 와서 조상님 타령하면서 돈까지 내라고요?

어머니가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너희들이 이렇게 싸우면 어떡하니? 조상님들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는데.“

그말에 저희둘은 입을 다물었고. 이번 문제만큼은 형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그땐 정말 몰랐어요 그 약속이 화근이 될줄은요.

형은 그날 이후 시도때도없이 전화를 해댔습니다.

“산소 이장업체는 어디로 할 건데?”

“비용은 미리 계산서 받아놨냐?” 형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커져 있었습니다.

“아니, 요즘 뉴스 안 봐? 묘 이장할 때 사기꾼들 진짜 많대. 업체 잘못 고르면 조상님 유골 잃어버린다니까?”

저는 휴대폰에 저장해둔 이장업체 견적서를 꺼내 보여줬습니다.

“형, 여기. 내가 직접 알아보고 다 확인했어. 몇십 년 된 업체고, 후기들도 다 괜찮아.”

그런데 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후기? 요즘 후기 다 조작이야. 너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냐? 이거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니까 내가 말할 때까지 계약하지 마.”

순간 화가 솟구쳤습니다.

“형, 빨리 계약 안하면 좋은 자리 다 뺏겨. 날짜도 추석 지나고 바로, 10월 9일로 잡아놨고.”

형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습니다.

“야! 그걸 왜 내 허락도 안 받고 네가 마음대로 정해? 내가 장남인데, 최소한 나한테 물어봤어야지!”

저는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형,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제사 때도, 벌초할 때도… 맨날 무슨일 있다고 빠진 건 형이잖아. 이제 와서 무슨 장남 타령이야? 돈도 반만 낸다고 해놓고, 결정권은 다 가져가겠다고?”

그때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그냥 우리가 다 맡아서 하는 게 낫겠다. 형한테 간섭받으면서 이것저것 시달리는 것보다는.

다음날 형과 어머니를 불러 진지하메 말씀드렸어요

"형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할게. 형이 낸 이장비용 다시 돌려줄테니 여기까지만 해"

"뭐?"

"어머니, 저희가 이장을 다 맡아서 할게요. 지금까지 그래왔잖아요. 어머니도 저 믿으시죠? 그리고 형은 여기 각서에 싸인이나 해."

형이 벌떡 일어났어요.

"야, 뭔 각서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럼 아주버님이 다 하세요. 저희는 손 떼겠어요."

사실 저도 배수의 진을 친 거였어요. 형이 절대 직접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중재하시려고 하셨는데, 제 아내가 딱 잘라서 말했어요.

"어머니, 그동안 벌초도 저희가 하고, 제사도 저희가 준비했으니까 이장도 저희가 하겠어요. 대신 나중에 아주버님이 이것저것 간섭하시거나 의견 내지 말라고 해주세요."

형이 입을 벌리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손을 드시더라고요.

"됐다. 그렇게 하자. 어차피 그동안도 둘째가 다 했는데."

그렇게 해서 저희가 이장을 맡게 됐어요. 그런데 형이 마지막에 한 마디를 하더라고요.

"그래, 네가 하고 싶다면 해. 대신 나중에 도와달라고 해도 난 모른다."

속이 후련했어요. 이장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러다 형제의 연이 끊어질 것 같았거든요

2챕터: 각서 쓰고 공증까지

그날 밤, 저희 부부는 잠을 못 잤어요. 4천만원이라는 돈이 정말 큰 부담이었으니까요.

"여보,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건 아닐까?"

아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어요.

"아니야. 어차피 형이 직접 할 리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뒤치다꺼리만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대출받아서라도 해야지. 우리 조상님들 묘를 그냥 둘 수는 없으니까."

다음 날 아침에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야, 어제 각서 얘기 했잖아?"

"그래, 형."

"진짜로 각서 쓰라고 할 거야?"

"당연하지, 형이 간섭 안 하신다는 보장이 있어야지."

형이 잠시 침묵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말했어요.

"알았어. 각서 쓸게. 대신 정말로 나는 손 안 대니까 혼자 다 알아서 해."

"응, 꼭 그렇게 할꺼니까 걱정하지마."

"그리고 나중에 뭔 일이 있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어쨌든 주말에 다시 고향에 내려가서 각서를 작성했어요. 형이 써온 각서 내용이 정말 가관이었어요.

"나는 조상님들 이장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둘째에게 양도한다."

이게 끝이에요. 너무 간단해서 저도 좀 이상했어요.

"형, 이거 좀 더 자세히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뭘 자세히 써? 이 정도면 충분하지."

제 아내가 끼어들었어요.

"아주버님, 그럼 묘지와 관련된 모든 권리도 포기하신다는 내용도 넣어주세요."

형이 잠깐 망설이더라고요. 그러더니 말했어요.

"아, 그래. 그것까지 포기할게."

그래서 각서를 다시 작성했어요.

"장남은 조상님들 이장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차남에게 양도하며, 묘지 및 묘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도 함께 포기한다. 이장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형이 도장을 꽝 찍더라고요.

"이제 됐지? 나는 정말 손 안 댈 테니까 혼자 알아서 다 해."

어머니가 옆에서 말씀하셨어요.

"얘야, 공증도 받아둬라. 나중에 말 바뀔까 봐."

"어머니, 공증까지 필요해요?" 형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어요.

"그래야 확실하지."

그래서 그 주에 공증사무소에 가서 공증까지 받았어요. 법무사가 내용을 보더니 물어보더라고요.

"이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묘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게 좀 광범위한 것 같은데."

형이 대답했어요.

"괜찮아요. 그냥 간섭 안 하겠다는 뜻이에요."

공증까지 다 받고 나니까 형이 말했어요.

"이제 정말로 나는 모르는 일이야. 힘들어도 혼자 해."

그리고는 그날로 서울로 올라갔어요.

저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장 준비를 시작했어요. 먼저 새 묘자리부터 알아봤는데, 이게 또 웃기는 게, 좋은 자리는 다 비싸더라고요.

"여보, 여기 괜찮은 것 같은데?"

"평당 200만원이라고? 다섯 분 묘자리면 최소 15평은 되어야 하는데..."

계산해보니까 땅값만 3천만원이더라고요. 거기다 석물값, 이장비용까지 합치면 정말 6천만원은 들 것 같았어요.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수습은 해야겠죠. 저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장례식장하고도 계약을 맺었어요. 이장 날짜도 정했고요.

그런데 이상한 게, 형이 가끔 전화를 하더라고요.

"야, 이장 날짜 언제로 정했어?"

"다음 주 화요일."

"화요일? 그날 날씨는 어때?"

"맑다고 하네."

"그래, 잘됐다."

뭔가 이상했어요. 분명히 손 안 댄다고 해놓고 왜 자꾸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이장하기 며칠 전에 형이 또 전화를 했어요.

"야, 혹시 이장할 때 내가 가면 안 될까?"

"형이 왜 가? 각서에 손 안 댄다고 했잖아."

"그래도 우리 조상님들인데, 마지막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을까?"

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조상님들 마지막 인사라고 하니까 거부할 수도 없더라고요.

"알겠어. 그럼 화요일 오전 10시에 산에서 만나."

"그래, 알았어."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아내가 말하더라고요.

"여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아주버님이 왜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거야?"

"나도 좀 이상해. 그런데 뭘 기대하는 걸까?"

"혹시 묘자리에서 뭔가 나올까 봐 그런 건 아닐까?"

"뭐가 나와? 땅속에서?"

"모르지. 옛날에 부장품 같은 거 묻어두기도 한다잖아."

저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조상님들이 그렇게 부자셨던 것도 아니고, 부장품을 묻을 만한 시대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형이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장 전날 밤에도 잠이 안 왔어요. 6천만원이라는 큰돈을 들여서 이장을 하는데, 과연 잘한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때는 몰랐어요. 다음 날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뀔 거라는 걸.

3챕터: 땅속에서 나온 기적

이장 당일 아침, 저는 새벽 6시에 일어났어요.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일찍 일어난 거예요. 잠을 제대로 못 잤거든요.

아내도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싸더라고요.

"여보, 오늘 힘들 텐데 든든하게 먹어야지."

"고마워. 근데 정말 괜찮을까? 6천만원이라는 돈이..."

"이미 대출도 받았는데 뭘.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맞아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어요.

산에 도착하니까 장례식장 직원들이 이미 와있더라고요. 굴삭기도 와있고, 이장용 관도 준비되어 있고.

"안녕하세요. 오늘 이장 맡은 김 사장입니다."

"아, 네. 오늘 잘부탁 드리겠습니다."

"보통 묘 하나당 2-3시간 걸리는데, 다섯 분이시니까 오늘 한나절은 걸릴 것 같네요."

그때 형이 나타났어요. 평소와 다르게 정말 일찍 온 거예요.

"야, 벌써 시작했네?"

"형, 일찍 왔네."

"응, 우리 조상님들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뭔가 이상하게 들떠 보이더라고요.

첫 번째 묘부터 시작했어요. 증조할아버지 묘였는데, 생각보다 깊이 묻혀있더라고요.

굴삭기가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는데, 한 1미터 정도 팠을 때였어요.

"어? 뭐지 이거?"

굴삭기 기사분이 작업을 멈추더라고요.

"사장님, 여기 뭔가 이상한 게 있네요."

김 사장이 내려가서 확인해보더라고요.

"어머, 이거 뭐죠?"

저도 내려가서 봤는데, 땅속에서 뭔가 뿌리 같은 게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보통 뿌리와는 좀 달랐어요.

"이거 혹시 산삼 아닌가요?"

김 사장이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산삼이요? 설마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정말 산삼 같더라고요. 인삼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TV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형이 갑자기 뛰어내려왔어요.

"어디? 어디에 있어?"

형이 그걸 보더니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라고요.

"이거... 이거 진짜 산삼이야!"

"아주버님이 어떻게 알아요?"

"친구 중에 한약재 하는 애가 있어서 산삼 구경을 몇 번 해봤거든."

그때 김 사장이 말했어요.

"어쨌든 이거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데요. 혹시 나중에 문제되면 안 되니까 일단 사진부터 찍어둡시다."

사진을 찍고, 조심스럽게 산삼을 캐냈어요. 뿌리가 정말 크더라고요. 제 주먹만 했어요.

"세상에, 이게 몇 년 된 건지..."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더 파니까 또 나오더라고요. 두 번째, 세 번째...

결국 첫 번째 묘에서만 산삼이 열두 뿌리나 나왔어요.

저는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꿈인가 싶어서 제 뺨을 때려봤을 정도예요.

"여보! 여보! 빨리 와봐!"

아내를 불렀어요. 아내도 놀라서 뛰어왔어요.

"어머, 이게 뭐예요?"

"산삼이래. 진짜 산삼!"

"산삼이요? 여기서?"

형이 옆에서 흥분해서 말했어요.

"이거 최소 몇십 년은 된 것 같은데? 이거 정말 대박이야!"

저는 그때서야 형이 왜 계속 관심을 보였는지 알 것 같았어요. 혹시 이런 걸 기대했던 건 아닐까?

두 번째 묘를 파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묘였는데, 여기서도 산삼이 나오더라고요. 이번에는 더 큰 게.

"아이구야, 이거 보세요!"

김 사장도 놀라서 말했어요.

"제가 이장을 20년 넘게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세 번째 묘, 네 번째 묘에서도 계속 산삼이 나왔어요. 마지막 아버지 묘에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삼이 나왔어요.

"이거... 이거 100년 넘은 것 같은데요?"

김 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결국 하루 종일 작업을 해서, 산삼이 총 47뿌리나 나왔어요. 크기도 다양하고, 어떤 건 정말 어른 팔뚝만 했어요.

저는 정말 꿈같았어요. 6천만원 들여서 이장한다고 걱정했는데, 갑자기 이런 횡재를 하다니.

그런데 문제는 형이었어요.

"야, 이거 우리가 반반씩 나눠야 하는 거 아니야?"

"뭐?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우리 조상님 묘에서 나온 거잖아. 당연히 형제가 나눠 가져야지."

저는 어이가 없었어요. 각서까지 쓰고 공증까지 받으면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나눠달라고요?

"형, 각서 벌ㅆ 잊은거야? 묘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고 했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각서를 안 썼을 거 아니야."

"형, 그렇게 하면 안 돼. 약속은 약속이야."

형이 목소리를 높이더라고요.

"야! 이게 얼마짜리인지 알아? 이거 최소 몇억은 될 거야!"

몇억이라는 말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 정도 가치가 있다는 건가요?

"아주버님, 그래도 약속은 지키셔야죠."

"약속? 이런 상황에서 무슨 약속이야!"

형이 정말 화를 내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어머니가 나타나셨어요.

"너희들 뭔 소리가 이렇게 커? 조상님들 앞에서."

어머니가 산삼들을 보시더니 눈이 휘둥그레지셨어요.

"이게 뭐냐?"

"어머니, 산삼이 나왔어요. 조상님들 묘 밑에서."

"산삼이? 이게 다 산삼이야?"

"네, 47뿌리나 나왔어요."

어머니가 한참을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형을 보시면서 말씀하셨어요.

"큰애야, 너가 각서 썼잖니."

"어머니, 그래도 이런 상황은 예상 못 했잖아요."

"예상 못 했으면 뭐 어쩌라고? 약속은 약속이지."

어머니까지 제 편을 드시니까 형이 더 화가 났나 봐요.

"어머니, 그럼 저는 뭐예요? 저도 아들인데 왜 아무것도 못 받아요?"

"니가 스스로 포기한다고 각서까지 써놓고 무슨 소리야?"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가 형을 똑바로 보시더라고요.

"얘야, 그동안 벌초 누가 했니? 제사 음식 누가 준비했니? 이장비는 누가 댔니?"

형이 할 말이 없어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래도 뭐? 너는 그동안 편하게 있으면서 이제 와서 손 내밀기야?"

어머니 말씀이 맞았어요. 그동안 모든 걸 저희가 다 했으면서 이제 와서 나누자고 하면 말이 되나요?

그런데 형이 갑자기 무릎을 꿇더라고요.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그동안 동생한테만 맡기고 저는 너무 무책임했어요."

"지금 와서 그런 말 해봤자 소용없어."

"어머니, 그래도 저도 이 집안 아들이잖아요. 조금이라도 나눠주시면 안 되나요?"

저는 형이 무릎 꿇는 모습을 보니까 좀 안쓰럽더라고요. 그래서 말했어요.

"형, 일어나. 동네 창피하게 이게 무슨짓이야."

"동생아, 형이 잘못했다. 그동안 너한테만 미안하게 했어."

형이 진짜 후회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 아내가 옆에서 말하더라고요.

"아주버님, 마음은 고맙지만 약속은 약속이에요. 각서에 도장까지 찍으셨잖아요."

"제수씨..."

"그리고 이장비 6천만원도 저희가 다 댔어요. 아주버님은 한 푼도 안 내셨잖아요."

맞는 말이었어요. 형은 이장에 관해서는 정말 한 푼도 안 냈거든요.

어머니가 최종적으로 말씀하셨어요.

"됐다. 각서 쓴 대로 하자. 그게 맞는 거야."

형이 체념한 듯 일어났어요.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알겠어요. 저빼고 다들 어디 잘 살아보세요!"

그런데 그 표정이 좀 이상했어요. 체념했다기보다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어요.

이장 작업은 계속됐어요. 산삼들은 조심스럽게 상자에 담았고요.

김 사장이 말했어요.

"이거 정말 대단한 거예요. 이 정도면 한약재상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릴 거예요."

"대략 얼마 정도 될까요?"

"글쎄요, 정확한 감정을 받아봐야겠지만 최소 2-3억은 될 것 같은데요."

2-3억이라니! 저는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산삼들을 정리하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여보, 정말 꿈같지 않아?"

"나도 아직 믿기지 않아. 6천만원 빚내서 이장한다고 걱정했는데..."

"이제 빚도 다 갚고도 남겠네."

"그런데 아주버님은 괜찮을까? 너무 서운해하시는 것 같던데."

"각서도 썼는데 뭔 상관이야.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맞는 말이었어요. 그동안 정말 많이 고생했거든요.

그런데 그날 밤 늦게 형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야, 자나?"

"아니, 아직 안자."

"오늘 일 때문에 잠이 안 와서."

"그래서 뭐?"

"야, 그런데 정말 나는 조금도 못 받는 거야?"

또 그 얘기였어요.

"형, 각서 썼잖아."

"알아, 알아. 그런데 그래도 형제인데..."

"형, 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지."

형이 한숨을 쉬더라고요.

"알겠어. 욕심 부리지 않을게."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어요.

챕터4. 형의 역습과 진실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산삼 감정을 받으러 다녔어요. 서울에 있는 한약재 시장에 가서 여러 곳을 돌아봤거든요.

첫 번째 가게에서 감정을 받았는데, 사장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어머,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저희 조상님 묘에서 나온 거예요."

"묘에서요? 이거 정말 귀한 거예요. 특히 이 큰 것은 100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데."

"가격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전체 다 합치면... 글쎄요, 3억은 될 것 같네요."

3억! 정말 상상도 못한 금액이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가게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요. 최소 2억 5천부터 최대 4억까지.

집에 돌아와서 아내한테 얘기했어요.

"여보, 정말 대박이야. 최소 3억은 될 것 같아."

"3억이라니! 정말?"

"응, 여러 곳에서 감정받아봤는데 다 비슷하게 나왔어."

"그럼 이제 정말 부자네?"

"그런 셈이지. 빚도 다 갚고, 애들 대학 등록금도 걱정 없고."

그런데 기쁜 것도 잠시, 며칠 후에 문제가 생겼어요.

형이 갑자기 변호사를 데리고 나타난 거예요.

"변호사님? 왜 변호사까지..."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대서양 소속 변호사 김민석입니다."

형이 옆에서 말했어요.

"동생아, 이거 법적으로 검토해봤더니 각서가 무효래."

"뭐? 무효?"

변호사가 설명했어요.

"각서 작성 당시에는 산삼의 존재를 모르셨죠? 그렇다면 이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착오로 인한 계약이므로 무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법적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법적으로는 상속인들이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맞습니다."

형이 옆에서 말했어요.

"야, 형이 무리한 요구 하는 건 아니잖아? 법적으로도 그렇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각서까지 쓰고 공증까지 받았는데 이제 와서 무효라고요?

"아주버님, 그럼 그동안 이장비는 누가 댔어요? 고생은 누가 했어요?"

"그건 너희가 자진해서 한 거잖아."

"자진해서요? 아주버님이 안 한다고 해서 제가 할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니에요?"

변호사가 중재하려고 했어요.

"일단 감정을 올리셔서 법원에서 판단받으시는 게 어떨까요?"

법원까지 가야 한다니, 정말 복잡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날 밤, 어머니한테 전화를 드렸어요.

"어머니, 형이 변호사까지 데리고 와서 각서가 무효라고 하네요."

"뭐? 무효라고?"

"네, 산삼이 있는 걸 모르고 각서를 썼으니까 무효래요."

어머니가 화가 나신 것 같았어요.

"그 자식이 정말... 약속도 안 지키고."

"어머니, 어떻게 하죠?"

"걱정 마. 나랑 법무사 사무실에 다시 가보자."

상담결과 형의말이 법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알고보니 형네 측 변호사한테 자신에게 불리한건 쏙빼고 유리한 상황만 설명 한거더라구요

저와 어머니는 공증 받은 각서를 들고 다시 형을 찾아갔어요.

“이거… 이거 무효야! 그땐 산삼이 묻혀 있는 줄 몰랐잖아. 중요한 사실을 속이고 나한테 싸인 받았으니, 이제 나도 당연히 권리가 있지!”

저는 그 말에 잠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형, 진짜 웃기네. 각서 쓸 땐 우리 둘 다 몰랐잖아. 모른다고 해서, 포기한 약속이 없던 일이 돼? 그건 착오가 아니라, 형이 그냥 확인도 안 하고 손 놓은 거잖아.”

형은 당황한 듯 눈을 부릅뜨며 반박하려 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내 몫이…”

제가 말을 잘랐습니다.

“아니지. 중요한 건 조상님 산소를 옮기자는 계약 자체였어. 형은 그 권리를 다 포기했어. ‘이장에 관한 모든 권리’를 형 손으로 적고, 도장도 찍었잖아. 이제 와서 ‘그땐 몰랐다’고 말하는 게 통할 것 같아?

그건 그냥 자기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는 거야. 법에도 그렇게 나와.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순간, 형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셨죠.

밖에서 다시 들려온 바람소리가, 마치 우리 집안을 비웃는 듯 스산하게 스쳤습니다.

이건 단순한 가족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한 채, 진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던 겁니다.

며칠 후에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형이 갑자기 친척들한테 연락을 돌리기 시작한 거예요.

작은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얘야, 너 형한테서 들었는데, 조상님 묘에서 산삼이 나왔다며?"

"네, 작은아버지."

"그런데 그거 혼자 다 가져가면 되는 거야?"

"각서도 썼고, 이장비도 저희가 다 댔어요."

"그래도 조상님 묘에서 나온 건데..."

친척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한 거예요. 형이 일부러 소문을 낸 것 같았어요.

며칠 후에는 사촌형한테서도 전화가 왔어요.

"야, 너 대박 났다면서? 산삼이 몇억이래?"

"사촌형, 그게..."

"그런데 형한테는 조금도 안 줬어?"

"각서를 썼어요."

"각서? 그래도 형제인데 좀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친척들이 하나둘 연락을 하기 시작했어요. 다들 제가 너무 혼자만 가져간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저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분명히 합법적으로 제가 가져갈 수 있는 건데, 왜 다들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거예요?

아내가 말했어요.

"여보, 아주버님이 일부러 소문 낸 것 같아.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나도 그 생각이 들어. 변호사까지 데려오고, 이제는 친척들까지..."

"괜찮아. 우리가 잘못한 거 없잖아."

맞아요. 저희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어요.

저는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어요. 친척들까지 동원해서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니.

그날 밤, 가족회의를 했어요. 어머니도 부르고, 제 아내까지.

모든 진실을 얘기했어요. 형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 일부러 각서를 쓰게 했다는 것.

어머니가 정말 화가 나셨어요.

"그 자식이 그렇게까지 했어?"

"네, 어머니. 그래서 친척들한테도 일부러 소문을 낸 거 같아요."

"정말 못된 자식이네.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그때 결정했어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모든 걸 공개하기로.

그날 이후, 제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형의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형이 그렇게 나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동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진수야 오랜만이야… 혹시 우리 형,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사업은 잘 돼?”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에이, 너 몰랐냐? 니 형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더라. 사업 크게 벌렸다가 말아먹었다는 얘기 들었어. 빚도 졌다던데…”

그 순간, 뭔가 머릿속에서 ‘철컥’ 하고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래서였구나.

형이 처음에 아무 말도 안 하고, 권리까지 포기한 이유가.

돈이 없어서였던 거예요. 이장 비용 몇천만 원, 감당 못 할 걸 스스로 알았던 거죠.

그런데 산삼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 눈이 뒤집힌 겁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처음엔 모른 척하다가, 이제 와서 욕심내는 거네.”

챕터5. 복수의 끝

형의 속내를 알게 된 순간, 제 화는 오히려 차분해졌습니다.

괜히 감정적으로 맞서 싸워봤자, 결국 가족이 더 무너질 게 뻔했으니까요.

저는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직접적인 싸움이 아니라, 형이 스스로 창피해하게 만드는 길.

저는 우선 산삼을 안전한 곳에 옮겨놨습니다. 누가 몰래 가져가면 끝장이니까요.

할머니 제삿날, 친척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저는 형이 무슨 말을 꺼낼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형이 먼저 입을 열었죠.

“이번에 산소에서 산삼 나왔다는 소식 다 들으셨죠?. 이건 우리 조상님 땅에서 난 거잖아요. 형제끼리 반반 나눠야 공평하지 않겠어요?”

큰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그래, 둘째야. 형 말이 맞다. 조상님이 주신 복인데.”

순간, 친척들의 눈길이 다 나에게로 향했습니다.

저는 숨을 고르고,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잠깐만. 그 얘기 하기 전에… 형, 내가 하나 묻고 싶어. 이번 이장 비용, 형은 얼마 냈지?”

“야 그건… 왜 갑자기….”

“저 혼자 8백만 원 들었어요. 그리고 묘지 땅값, 석물값까지 해서 6천만 원이 넘었죠. 형이 권리를 주장하려면, 우선 그 절반. 3천만 원은 내야 하지 않을까?”

친척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어, 맞는 말이네…”

“둘째가 다 했는데…”

역시나 형은 친척들에게도 자신이 불리한 점을 쏙빼고 말했던 겁니다.

하지만… 형은 마지막 발악을 했습니다.

“그래도! 난 장남이야! 형제끼리 이렇게 하는 게 어딨어? 니가 욕심부리는 거지, 나쁜 놈아!”

저는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둔 말을 단호하고 또렷하게 꺼냈습니다.

“형, 좋아. 형 말대로 반 나눠. 대신 조건이 있어. 형이 이장 비용 절반, 3천만 원. 그리고 지난 3년간 내가 다 한 벌초비 240만 원, 제사 준비비 450만 원. 다 합쳐서 1490만원. 그거부터 내. 그게 법이야. 책임을 져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거지.”

순간, 형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1490만 원”… 그 단어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친척들이 웅성거리며 서로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동안 둘째가 고생했는데, 그건 맞지.”

“형이 손 뗀 건 사실이잖아. 이젠 책임져야지.”

“나… 지금은 돈이 없어. 그런데… 산삼을 팔면…”

“형, 돈 없다 했잖아. 사업도 망했다면서? 그러니까 처음부터 포기한 거 아냐? 그게 바로 형 잘못이야.”

형은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방 안에 다시 정적이 흘렀고, 어머니가 마침내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그만해라. 약속은 약속이다. 네가 각서에 도장 찍은 이상, 이건 네 동생 몫이야. 조상님도 거짓말하는 자식은 안 좋아하실 거다.”

형은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친척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봤습니다.

저는 산삼이 담긴 상자를 꼭 붙들며, 가슴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제야 끝난 건가…”

하지만 그 순간,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바람이 멈춘 숲속에서, 발자국이 또박또박 울려 퍼졌습니다.

며칠 후에 형이 집으로 찾아왔어요. 정말 오랜만에 직접 온 거예요.

"동생아, 얘기 좀 하자."

"들어오세요."

형이 들어와서는 한참을 말을 못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입을 열었어요.

"야, 형이 잘못했다."

"..."

"그동안 너한테 너무 못되게 했어."

저는 대답을 안 했어요.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요?

"동생아, 형이 욕심이 너무 컸나 봐."

형이 정말 후회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미 늦었죠.

"형, 나는 더 이상 형을 믿을 수가 없어."

"동생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친척들이 나를 인색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형이 고개를 떨구더라고요.

"형이 정말 잘못했다. 어떻게든 보상할게."

"보상은 필요 없어. 그냥 이제 그만해."

그때 어머니가 들어오셨어요.

"너 왔구나."

"네, 어머니."

어머니가 형을 보시는 눈빛이 예전과 달랐어요. 실망하신 것 같았어요.

"얘야, 너 동생한테 사과했니?"

"네, 어머니."

"사과만 하면 뭐 하니? 그동안 동생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어머니,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잘못했다는 걸 아니까 다행이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거니?"

형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어요.

"앞으로는 집안일도 제가 제대로 하겠어요. 제사도, 벌초도."

"너 회사 일 바쁘다면서?"

"시간 내서라도 할게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래, 그렇게 해라. 이제라도."

그렇게 형이 돌아갔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며칠 후에 산삼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어요. 한약재상에서 연락이 와서 전체를 일괄로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총 3억 2천만원에 사드리겠습니다."

3억 2천만원! 정말 상상도 못한 금액이었어요.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받는 날, 정말 꿈같았어요.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니까 정말로 3억 2천만원이 들어있더라고요.

"여보, 이거 정말 우리 돈이야?"

"그런 것 같아. 정말 꿈같지 않아?"

먼저 이장비로 빌린 6천만원을 다 갚았어요. 그래도 2억 6천만원이 남더라고요.

아이들 대학 등록금도 미리 준비해두고, 집도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 좋은 건,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까 마음도 여유로워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몇 주 후에 형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동생아, 시간 있을 때 만날 수 있을까?"

"무슨 일이이야?"

"그냥...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만나자고 하길래 커피숍에서 만났어요.

형이 와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더라고요.

"동생아, 형이 정말 잘못했다. 그동안 너한테만 모든 걸 떠넘기고, 나는 편하게만 살려고 했어.특히 이번 일은 정말 못된 짓이었어."

저는 형이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어요.

"형..."

"동생아, 형을 한 번만 더 믿어줄 수 있겠니? 앞으로는 정말 달라질게. 진짜 행동으로 보여줄게."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며칠 후부터 형이 정말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먼저 추석 때 벌초를 하러 오겠다고 연락을 했어요.

"동생아, 올해 벌초는 내가 할게."

"형이?"

"응, 그동안 너한테만 맡겨서 미안했어."

추석 벌초 날, 형이 정말 일찍 왔어요. 그것도 온 가족이 다 왔더라구요

형수님까지 나서서 제사 음식을 준비하셨고요.

"형, 좀 쉬면서해."

"아니야, 괜찮아. 이 정도야."

정말 달라진 것 같았어요. 예전 같으면 그늘에 앉아서 지시만 했을 텐데.

제사도 형이 주도해서 지냈어요. 그런데 제사상 차리는 것부터 정리하는 것까지 모두 형네 가족이 했어요.

"동생, 넌 좀 쉬어. 오늘은 우리가 다 할게."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제사가 끝나고 나서 형이 저한테 말했어요.

"동생아,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너 때문에 우리 조상님들이 편히 계실 수 있었던 거야. 앞으로는 내가 제대로 할게. 벌초도, 제사도."

어머니가 옆에서 말씀하셨어요.

"이제야 좀 철이 드는구나."

"어머니,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신차렸어요."

그날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였거든요.

그 후로 정말 달라졌어요. 형이 한 달에 한 번씩은 고향에 내려와서 어머니 안부도 살피고, 조상님 묘도 돌보고.

그리고 몇 달 후에는 더 놀라운 일이 있었어요.

형이 갑자기 저한테 돈 봉투를 주더라고요.

"이게 뭐야?"

"그동안 니가 벌초하고 제사 지낸 비용이야. 계산해보니까 몇 년 동안 니가 쓴 돈이 이 정도 되더라."

봉투를 열어보니까 500만원이 들어있었어요.

"형, 이거 받을 수 없어."

"받아야 해. 당연히 내가 줘야 할 돈이야."

"그래도..."

"받으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집안 대소사에 드는 비용은 내가 다 낼게."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반년이 지난 후에는 더욱 감동적인 일이 있었어요.

형이 어머니 생신에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자고 제안한 거예요.

"어머니 생신인데 우리 모두 모여서 외식이나 할까?"

"외식? 돈 많이 드는데..."

"어머니, 그 정도는 제가 할게요."

정말 좋은 한정식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했어요.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우리 아들들이 이렇게 화목하니까 좋네."

그때 형이 말했어요.

"어머니, 그동안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했어요. 앞으로는 장남 노릇 제대로 할게요."

"그래, 이제라도 그렇게 해라."

식사 후에 형이 저를 따로 불러서 말하더라고요.

"동생아, 정말 고맙다."

"뭐가 고마워?"

"네가 있어서 우리 집안이 유지됐어. 그리고 네가 참고 견뎌줘서 내가 정신차릴 수 있었고."

"형..."

"그리고 산삼 일도, 네가 그럴 자격이 충분했어. 그동안 네가 혼자 다 했으니까."

형이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는 형제가 서로 도우면서 살자."

"그래. 형."

그렇게 악연이 선연으로 바뀌었어요.

산삼으로 받은 돈으로 저희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일단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아이들 교육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니까 마음도 여유로워졌어요. 예전에는 돈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어지니까 가족과의 시간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고요.

아내도 정말 좋아했어요.

"여보, 정말 꿈같지 않아? 이 모든 게."

"나도 아직 믿기지 않아. 가끔 꿈인가 싶어서 뺨을 때려보기도 해."

"앞으로는 정말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네."

"그래, 아이들도 하고 싶은 공부 다 시킬 수 있고."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도 좋아졌어요. 형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온 가족이 화목해졌거든요.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는 정말 뜻밖의 일이 또 생겼어요.

형이 갑자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동생아, 나 사업 한번 해보려고."

"사업? 무슨 사업?"

"한약재 사업. 그동안 공부도 좀 해보고, 인맥도 좀 쌓았어."

산삼 일을 겪으면서 한약재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자본금이 부족해서...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

저는 잠시 망설였어요. 예전 같으면 절대 안 됐겠지만, 이제는 형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얼마나 필요해?"

"5천만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알겠어. 도와줄게."

"정말? 고마워!"

그렇게 형이 한약재 사업을 시작했는데, 의외로 정말 잘 됐어요. 형이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라서 영업에는 재능이 있었거든요.

6개월 만에 투자금을 다 회수할 수 있었고, 그 후로는 매달 수익금까지 나누어주더라고요.

"동생아, 이번 달 수익 배당금이야."

"형, 이거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아니야, 당연한 거지. 네가 투자해줘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형이 정말 달라진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받기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나누려고 하네요.

그렇게 2년이 지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조상님 묘 이장을 하면서 시작된 일이, 결국은 우리 가족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주었어요. 경제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무엇보다 형과의 관계가 좋아진 게 가장 큰 소득이었어요. 돈보다 더 소중한 게 가족이잖아요.

어머니도 정말 좋아하셨어요.

"너희들이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니까 내 마음이 편해."

"어머니,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지낼게요."

"그래, 그래야지. 형제가 화목해야 집안이 편안하다."

요즘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해요. 형네 가족, 저희 가족, 어머니까지 모여서.

그때마다 예전 일들을 얘기하면서 웃곤 해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막장드라마 같았지?"

"맞아, 진짜 드라마였어. 산삼이 나올 때 얼마나 놀랐는지."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모든 게 잘된 것 같아."

"그게 다 조상님들 덕이야. 조상님들이 우리 형제 사이좋게 살라고 그런 선물을 주신 거야."

어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만약 산삼이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 형제 관계가 이렇게까지 좋아졌을까요?

어쩌면 그 산삼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선물이었을지도 몰라요.

지금도 가끔 그 산에 가보곤 해요. 조상님들이 새로 모셔진 묘지에 인사를 드리러요.

"조상님들, 안녕히 계세요. 저희 덕분에 정말 좋은 곳으로 이사 오셨고, 형제들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그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져요. 정말로 조상님들이 저희를 도와주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요즘에는 새로운 꿈도 생겼어요. 아이들이 크면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고, 형네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나이 들면, 조상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의미로 장학금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좋은 일에 쓸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도 없을 것 같거든요.

이 이야기를 들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려요.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에요.

인생은 정말 모르는 거 같아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가족과 함께 이겨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직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형이 속이려고 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결국은 진실이 밝혀졌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거든요.

앞으로도 저희 가족은 서로 도우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거예요.

그리고 혹시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신 분 중에서 가족 간에 갈등이 있으시다면, 조금만 더 참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수 있어요. 저희처럼요.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했습니다. 긴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여러분 모든 분들에게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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