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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10탄) 추석날 가짜깁스하고 온 며느리

by 아들딸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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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gO3S0y0WFs?si=_crCcsVtRR6gvj3W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마흔한 살 된 주부 김미경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아마 듣다 보시면 "아, 이런 일이 정말 있을 수 있구나" 싶으실 거예요.

저희 집은 지금 명절 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 혼자 바쁜 거죠. 아홉 살 딸 수민이는 방에서 숙제하고 있고, 남편 정호는 또 회사 일이라며 늦게 들어올 거라고 연락했어요.

"엄마, 또 한과 만들어요?"

수민이가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저를 보며 물어보네요.

"응, 할머니께 드릴 거야. 수민이도 좀 줄까?"

"네! 엄마가 만든 한과가 제일 맛있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만큼은 정말 뿌듯해요.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명절이 그리 즐겁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명절마다 혼자 지내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외로웠어요. 친구들은 다 고향에 내려가고, 저 혼자 서울에서 편의점 도시락 먹으면서 명절을 보내곤 했죠.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정호를 만났어요.

정호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제 상황을 알고 나서는 명절마다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미경아, 우리 엄마 아빠가 널 정말 좋아하셔. 이번 추석에도 같이 가자."

그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드디어 저에게도 가족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어머니도 처음에는 정말 좋게 대해주셨어요.

"어머나, 우리 며느리 정말 예쁘네. 이렇게 어려서부터 혼자 살았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결혼 초기에는 정말 행복했어요. 시어머니가 저를 친딸처럼 예뻐해 주시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결혼한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부터였나? 명절 때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 말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미경아, 넌 어차피 갈 친정도 없으니까 여기서 좀 도와줘야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뜨끔했어요. 맞는 말이긴 한데, 왜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지...

그래도 저는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며느리가 일을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전 굽기, 설거지, 청소, 뭐든지 시키시는 대로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의 범위가 점점 넓어졌어요. 명절 때 하는 일이 아니라, 평소에 못했던 일들까지 시키시기 시작한 거죠.

"미경아, 냉장고 좀 깨끗하게 정리해 봐. 언제 한 번 제대로 청소해 보고 싶었는데."

"화장실도 좀 깨끗하게 닦아줘. 평소에 바빠서 못했거든."

심지어 베란다 정리까지 시키시더라고요. 이런 일들은 명절 음식 준비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들이에요. 그냥 저를 가사도우미처럼 부리시는 거죠.

그래도 참았어요.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친정이 없는 저에게는 이곳이 유일한 보금자리였거든요.

그런데 5년 전에 정말 큰 변화가 생겼어요. 시동생 민수가 결혼을 한 거예요. 드디어 저에게도 동서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정말 기뻤어요. '이제 혼자가 아니구나, 함께 일할 사람이 생겼구나' 생각했거든요.

동서 이름은 혜진이에요. 저보다 다섯 살 어리고, 정말 예쁘게 생겼어요. 첫인상도 좋았고요.

"형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모르는 게 많으니까 많이 가르쳐 주세요."

이렇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시어머니의 태도였어요. 혜진이가 오고 나서부터 저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거예요.

첫 번째 명절이었어요. 저는 평소처럼 현금으로 용돈을 드렸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는지 아세요?

"미경아, 현금으로 주면 성의가 없어 보여. 좀 더 마음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면 안 되겠니?"

그러면서 혜진이가 가져온 홍삼 세트를 보고는 "봐라, 이런 게 진짜 마음이 담긴 선물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어이가 없었어요. 현금이 성의 없다고요? 그동안 몇 년을 현금으로 드렸는데 한 번도 그런 말씀 안 하셨거든요.

그래서 다음 명절에는 한우를 준비했어요. 비싸긴 했지만,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뭐라고 하시는지 아세요?

"미경아, 내 아들 돈으로 이런 비싼 걸 사면 어떡해. 너무 사치스럽잖아."

정말 기가 막혔어요. 현금 주면 성의 없다고, 비싼 거 사면 사치라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만들어 드리기로 결심했어요. 한과를 수제로 만들어서 드리면 마음도 담기고, 돈도 많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과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정말 손이 많이 가요. 먼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기름에 튀기고, 그 다음에 조청을 끓여서 버무려야 해요. 거기에 견과류까지 올려야 하고요.

이틀 동안 정말 정성껏 만들었어요. 수민이도 도와주고, 남편도 퇴근하고 와서 포장하는 걸 도와줬어요.

"와, 엄마 진짜 대단해요. 이거 사면 비쌀 텐데."

수민이가 신기해하며 말했어요.

"응, 엄마가 정성껏 만든 거니까 할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실 거야."

저도 정말 기대했어요. 이번에는 뭐라고 하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디어 추석이 되었어요. 정성껏 만든 한과를 예쁘게 포장해서 가져갔어요.

"어머니, 이번에는 직접 만든 한과를 준비했어요. 정말 정성껏 만들었어요."

그런데 시어머니 반응이 어땠는지 아세요?

"아이고, 미경아. 나 혈당 관리하는 거 모르니? 이런 단 거 못 먹어."

그러면서 혜진이가 가져온 홍삼 세트를 보고는 "좀 봐라, 이게 딱 내가 원하는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정말 허탈했어요. 이틀 동안 정성껏 만든 한과인데 구박만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참았어요. 어쩌면 정말 혈당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저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에 정말 충격적인 일이 생겼어요.

남편 당숙어른께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셨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진이 뭔지 아세요? 제가 만든 한과 세트 사진이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여러 번 확인했어요. 그런데 분명히 제가 만든 한과가 맞더라고요. 포장지도, 리본도 똑같았어요.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어요. 시어머니가 정성들여 제 한과를 다른 분께 주신 거였어요. 그것도 당신이 만든 것처럼.

정말 화가 났어요. 하지만 동시에 서러웠어요. 이틀 동안 정성껏 만든 제 마음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시다니.

하지만 시어머니께 직접 따지기는 어려웠어요. 괜히 가족 분위기만 나빠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봤어요. 소심한 복수라고 할까요?

그동안 저희 부모님 제사는 절에서 지내왔어요. 제가 혼자서는 할 수 없어서 절에 맡겨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여보,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부모님 제사를 지내면 어떨까?"

"응? 갑자기 왜?"

"아니야, 그냥... 직접 해드리고 싶어서. 도와줄 수 있지?"

남편도 좋다고 했어요. 사실 남편도 절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직접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연차를 내고 제사 준비를 했어요. 전도 직접 부치고, 제사상도 차렸어요. 남편이 도와주니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정호야, 너 지금 뭐 해?"

"아, 어머니. 지금 장인어른 제사 지내고 있어요."

"뭐? 장인? 무슨 제사?"

"아버지 기일이에요. 미경이 아버지."

그 순간 전화 너머로 시어머니 목소리가 확 달라지는 게 들렸어요.

"야, 정호야! 너 지금 남의 제사 지내고 있는 거야? 정신 나갔어?"

남의 제사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남의 제사? 제 아버지가 남인가요?

물론 혈연관계로는 시어머니와 제 아버지가 남남이죠. 하지만 저는 시어머니의 며느리고, 시어머니도 저를 딸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제 아버지는 남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럼 저도 남이겠네요. 남의 제사 지내면 안 된다면서, 남인 저한테는 매번 명절 때 온갖 일을 다 시키시는 건 뭔가요?

정말 기가 막혔어요.

남편도 당황한 것 같더라고요. 전화를 끊고 나서 저를 봤는데,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미경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당신 어머니가 내 아버지를 남이라고 하시는데."

"미경아, 어머니가 화가 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야. 진짜 그런 뜻은 아니실 거야."

남편이 위로해 줬지만, 저는 정말 상처받았어요.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었어요. 이제 명절이 다가오는데, 또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거였어요.

추석이 다가왔어요. 벌써 한과 사건 이후 몇 달이 지났는데, 시어머니와 저 사이는 여전히 어색했어요.

그런데 정말 더 큰 문제가 생겼어요. 동서 혜진이가 허리를 다쳤다고 하는 거예요.

"형님, 죄송해요. 허리를 삐끗해서... 이번 명절에는 많이 도와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혜진이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겉으로는 정말 아파 보였어요.

"괜찮아, 혜진아. 푹 쉬어. 내가 할게."

저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좀 의심스러웠어요. 왜냐하면 허리를 다쳤다고 하면서도 쇼핑은 다니더라고요. SNS에도 친구들과 카페 가는 사진을 올리고.

하지만 설마 거짓말이야 싶었어요. 정말 아플 수도 있는 거잖아요.

드디어 추석이 되었어요. 시댁에 가니까 역시나 혜진이는 소파에 누워 있더라고요.

"혜진아, 괜찮아?"

"네, 형님. 그냥 누워서 쉬고 있어요. 죄송해요."

시어머니도 혜진이를 정말 걱정하시더라고요.

"혜진아, 아프면 무리하지 마. 미경이가 다 할 테니까."

그리고 저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미경아, 혜진이 허리 아프니까 네가 좀 더 해야겠다. 괜찮지?"

"네, 어머니. 괜찮아요."

그렇게 해서 저 혼자 모든 명절 준비를 하게 됐어요. 국 끓이고, 전 부치고, 설거지하고.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힌 건 혜진이 행동이었어요. 허리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서, 제가 부친 전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는 거예요.

"형님이 부친 전 정말 맛있어요. 저도 형님처럼 요리 잘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계속 소파에서 편안하게 누워서 전을 먹고 있더라고요.

저는 부엌에서 뜨거운 기름에 전을 계속 부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시어머니가 저한테 이런 일까지 시키셨어요.

"미경아, 혜진이 허리 아프니까 냉장고 청소도 네가 해. 명절 전에 한 번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었는데."

냉장고 청소요? 이건 명절 음식 준비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잖아요.

"어머니, 그건 명절 끝나고 해도..."

"아니야, 지금 해야 해. 혜진이 아프니까 니가 해야지."

결국 저는 냉장고까지 청소해야 했어요. 오래된 반찬들 버리고, 선반 하나하나 닦고.

그런데 그 와중에 혜진이는 계속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 보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고개를 꺾어가며 웃기까지 하고.

'허리 아픈 사람이 저렇게 웃을 수 있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오후에는 더 심했어요. 친척들이 오시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 차도 대접해야 하고, 과일도 깎아서 내야 하잖아요.

"미경아, 사람들 왔네. 빨리 차 준비해."

저는 부엌에서 연신 차를 우리고 과일을 깎았어요. 손가락에 물집도 잡히고 팔도 아프고.

그런데 혜진이는 그때도 소파에 누워서 친척들과 편안하게 대화하고 있었어요.

"혜진이 허리가 안 좋아서 못 도와드리네요."

친척분이 말씀하시니까 혜진이가 대답했어요.

"네, 죄송해요. 형님이 다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 화가 났어요.

그런데 정말 가관인 건, 혜진이가 화장실에 갈 때는 멀쩡하게 걸어가는 거예요. 허리 아픈 사람 같지 않게 말이에요.

저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어요.

저녁때가 되니까 정말 지쳐서 죽을 것 같았어요. 하루 종일 서서 일만 했거든요. 발도 퉁퉁 붓고, 허리도 아프고.

그런데 혜진이는 저녁 먹을 때도 "허리가 아파서 못 일어나겠어요"라면서 누워서 먹더라고요.

식사 후에도 설거지는 당연히 제 몫이었어요.

"미경아, 설거지도 부탁해. 혜진이 허리 아프니까."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니까 정말 쓰러질 것 같았어요. 손에는 물집이 여러 개 잡혔고, 손톱 밑까지 다 갈라졌어요.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하소연했어요.

"여보, 너무 힘들었어. 혜진이가 허리 아프다고 해서 내가 혼자 다 했어."

"그럼 어쩌겠어. 아픈데 어떡해."

"근데 정말 아픈 걸까? 좀 이상해."

"미경아, 그런 의심하지 마. 설마 거짓말하겠어?"

남편은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아니, 들어줄 수도 없었겠죠. 증거도 없는데 혜진이를 의심한다고 하면 제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저는 정말 억울했어요. 이게 공정한가요?

그런데 더 가관인 일이 생겼어요. 며칠 후에 혜진이 SNS를 봤는데, 친구들과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치는 사진이 올라와 있는 거예요.

볼링을 쳐요, 허리 아픈 사람이.

그 사진을 보고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역시 연기였구나. 저를 바보로 만든 거구나.

하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는 없었어요. 혹시 갑자기 나은 건 아닐까요?

그러다가 정말 결정적인 사건이 생겼어요.

다음 모음은 어버이날이었어요. 이번에도 혜진이는 또 허리가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형님, 또 허리가... 정말 죄송해요."

그래서 또 저 혼자 모든 준비를 했어요. 카네이션도 사고, 선물도 준비하고.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좀 지켜봤어요. 혜진이가 정말 아픈지.

오후에 혜진이가 화장실에 갔는데, 저도 슬그머니 따라갔어요. 그런데 화장실 문 틈으로 보니까, 혜진이가 멀쩡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거예요.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요.

그 순간 확신했어요. 이 사람 완전히 연기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따지지는 못했어요. 괜히 가족 분위기만 나빠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 또 생겼어요.

부모님 생신날이었어요. 시어머니 생신 말이에요. 당연히 또 준비는 제가 다 해야 했죠.

"혜진이 허리 아프니까 미경이가 케이크 주문하고 음식도 준비해."

저는 케이크도 주문하고,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들도 다 준비했어요.

그런데 생신 잔치 때 시어머니가 혜진이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혜진아, 허리 아픈데도 와줘서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

그러면서 저한테는 뭐라고 하시는지 아세요?

"미경아, 음식이 좀 짜네. 다음에는 간 조절 좀 해."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하루 종일 준비한 음식에 대해서는 간이 짜다고 하시면서, 아무것도 안 한 혜진이한테는 고맙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날 밤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이게 뭔가 싶어서요.

그런데 더 가관인 건, 며칠 후에 혜진이가 친구들과 등산을 간 사진을 SNS에 올린 거예요.

등산을 가요, 허리 아픈 사람이.

그것도 꽤 높은 산이었어요. 정상까지 올라간 인증샷까지 있더라고요.

그 사진을 보고 정말 열받았어요. 하지만 남편한테 말해도 "재활운동 할겸 올라간 거 아니냐", "추측으로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된다"는 말만 들을 게 뻔했어요.

결국 저는 혼자서 모든 걸 참아야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 왔어요.

시어머니 친구분이 오셨는데, 그 분이 혜진이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머나, 며느리가 참 건강해 보이네.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운동을 하나 봐. 지난번에 등산하는 거 봤는데, 정상까지 올라가더라고."

그 순간 시어머니와 혜진이 얼굴이 하얗게 변했어요.

"네? 등산이요?" 시어머니가 당황하며 물어보셨어요.

"응, 지난주에 관악산인가? 거기 올라가는 거 봤어. 허리 괜찮아진 거야?"

그제서야 혜진이가 당황하며 말더듬기 시작했어요.

"아, 그게... 잠깐 나은 것 같아서... 친구들이 하도 가자고 해서..."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어요.

"혜진아, 등산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았어? 그럼 이제 일도 도와줄 수 있겠네?"

"아, 그게... 또 아파서..."

정말 어색한 변명이었어요. 시어머니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신 것 같았고요.

하지만 그래도 시어머니는 혜진이 편을 들어주셨어요.

"허리는 좋았다 나빴다 하는 거니까. 무리하지 마, 혜진아."

그리고 저에게는 "미경아, 혜진이 아직 아프니까 니가 좀 더 해줘"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답답했어요. 이렇게 명백한 거짓말을 하는데도 계속 봐주시는 거예요.

그날부터 저는 정말 화병이 날 것 같았어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생각해 보면,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 싶더라고요.

혜진이는 거짓말로 일을 빠지고, 저는 그 일을 다 떠안아야 하고.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혜진이만 예뻐하시고.

정말 불공평했어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몇 개월 더 지속됐어요. 혜진이는 명절마다, 집안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댔어요.

하지만 SNS에는 계속 친구들과 활동적인 모습들이 올라왔어요. 테니스 치는 사진, 수영장 가는 사진, 심지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진까지.

저는 그런 사진들을 볼 때마다 정말 화가 났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남편한테 말해도 "SNS 사진으로 판단하지 마"라고 할 게 뻔했거든요.

그러다가 정말 극한 상황이 왔어요.

시아버지 제사였어요. 1년 중에서도 가장 큰 행사죠. 친척들도 많이 오시고, 준비할 것도 정말 많고.

당연히 혜진이는 또 "허리가 아프다"고 했어요.

"형님, 정말 죄송해요. 제사 때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래서 결국 저 혼자서 제사 준비를 다 해야 했어요. 제사상에 올릴 음식만 해도 10가지가 넘었거든요. 나물 무치고, 전 부치고, 탕 끓이고, 밥 짓고.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했어요. 제사가 오전 10시에 시작되니까요.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힌 건, 혜진이가 제사 지낼 때 되니까 갑자기 일어나서 절을 하는 거예요.

"허리 아프다면서 어떻게 절을 해?" 속으로 생각했지만, 제사 자리에서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제사를 마치고 나서는 또 설거지와 뒷정리가 남았어요. 그런데 혜진이는 또 "허리가 아프다"며 소파에 누워버렸어요.

저는 정말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 서서 일만 했거든요.

그런데 더욱 가관인 건, 친척분들이 가시기 전에 혜진이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혜진이 고생 많았어. 허리 아픈데도 와줘서 고마워."

저한테는 뭐라고 하시는지 아세요?

"미경아, 음식 준비하느라 수고했어. 근데 국이 좀 싱거웠어."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하루 종일 혼자 준비한 음식에 대해서는 싱겁다고 하시면서, 아무것도 안 한 혜진이한테는 고생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날 밤에 집에 돌아와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남편한테도 하소연했지만, 역시나 "그래도 가족인데 참아야지"라는 말만 들었어요.

그런데 며칠 후에 정말 결정타가 왔어요.

혜진이 친구가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혜진이가 들러리를 서게 된 거예요. 그런데 들러리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한나절을 서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허리 아픈 사람이 어떻게 들러리를 서지?" 의문이 들었지만, 저는 그냥 지켜봤어요.

결혼식 당일, 혜진이는 정말 예쁜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나갔어요. 그리고 저녁에 결혼식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신나게 춤추는 모습까지 있더라고요.

허리 아픈 사람이 춤을 춰요.

그 사진을 보고 정말 열받았어요. 하지만 여전히 직접적으로 따질 용기는 없었어요.

그런데 운명의 그날이 왔어요.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벌써부터 우울해지기 시작했죠. 또 혜진이의 "허리 아파요" 연극을 봐야 하고, 저 혼자서 모든 명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요.

어느 날 밤, 잠들기 전에 유튜브를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보게 됐어요. 제목이 "가짜 깁스로 친구들 속이기 몰래카메라"였어요.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겠다 싶어서 봤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나도 다쳤다고 하면 어떨까?'

물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계속 생각해 보니까, 혜진이도 거짓말로 일을 안 하는데 저라고 못할 게 뭐가 있나 싶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어요. "가짜 깁스"라고.

정말 놀랍게도 진짜로 판매하더라고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극용 깁스", "체험용 깁스" 이런 식으로 판매하고 있었어요.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고, 후기를 보니까 진짜 깁스와 거의 구별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살까?'

며칠 동안 고민했어요. 이런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괜히 들켰다가 더 큰 일이 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데 혜진이가 또 가족 단톡방에 "형님, 허리가 또 아파서 병원 갔어요. 의사가 무리하지 말라고 하네요"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그 메시지를 보고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또 추석 준비를 저 혼자 하라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나도 한 번 해보자고.

주문을 했어요. 팔 깁스로요. 다리보다는 팔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거든요.

며칠 후에 깁스가 배송으로 왔어요. 정말 진짜 같더라고요. 무게도 적당하고, 겉모습도 병원에서 하는 깁스와 똑같았어요.

하지만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서 며칠 더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추석 일주일 전에 드디어 실행에 옮겼어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가짜 깁스를 끼고 남편을 기다렸어요. 심장이 쿵쿵거렸어요. 정말 떨렸거든요.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깜짝 놀라더라고요.

"미경아! 어떻게 된 거야? 팔이 왜 그래?"

"아, 여보... 오늘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졌어. 병원에서 깁스했어."

"세상에, 많이 아파? 왜 연락 안 했어?"

남편이 정말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까 미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라 계속 연기해야 했어요.

"괜찮아. 그냥 금 간 거래. 몇 주 안에 나을 거야."

"그래도 큰일 날 뻔했네. 조심해야지."

다음날 시댁에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 저 어제 계단에서 넘어져서 팔을 다쳤어요. 깁스했어요."

"뭐? 깁스? 많이 아프니?"

"괜찮아요. 그런데 이번 추석에는 일을 많이 못 도와드릴 것 같아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친 팔로 뭘 해. 그냥 애들이나 돌봐."

시어머니의 반응이 생각보다 담담했어요. 혜진이가 허리 아프다고 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죠. 혜진이한테는 "괜찮아, 푹 쉬어"라고 하면서, 저한테는 "그럼 어쩔 수 없지"라고 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일단 목적은 달성했어요. 이번 추석에는 저도 쉴 수 있게 됐으니까요.

추석 당일, 시댁에 갔어요. 물론 가짜 깁스를 끼고요.

"형님, 어떻게 그렇게 다쳤어요?" 혜진이가 놀란 척 물어봤어요.

"계단에서 미끄러졌어. 너처럼 허리는 아니지만, 팔이 이러니까 일을 못하겠더라."

그 말에 혜진이 표정이 좀 어색해졌어요. 뭔가 찔리는 게 있었나 봐요.

드디어 명절 준비가 시작됐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저는 팔이 "아프다"며 소파에 앉아서 수민이랑 놀고 있었고, 혜진이는 어쩔 수 없이 부엌에 가서 일을 도와야 했어요.

"혜진아, 허리 괜찮아? 무리하지 마." 시어머니가 걱정하며 물어보셨어요.

"네, 괜찮아요. 형님이 팔 다쳤으니까 제가 해야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혜진이 표정이 영 별로더라고요. 일하기 싫어하는 게 티가 났어요.

저는 소파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봤어요. 정말 속이 시원했어요.

'이게 바로 내가 그동안 느꼈던 기분이야.'

혜진이가 전을 부치느라 땀을 흘리고, 이리저리 허둥대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통쾌했어요.

점심시간에도 저는 편안하게 앉아서 식사를 했어요. 혜진이가 차려준 음식을요.

"혜진이 고생 많이 했네. 맛있어." 시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아니에요. 당연한 거죠."

하지만 혜진이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어요.

오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친척들이 오시면 차를 대접해야 하고, 과일도 깎아서 내야 하잖아요. 평소 같으면 제가 했을 일들을 혜진이가 다 해야 했어요.

저는 친척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요.

"미경이 팔 많이 아파?" 친척 어르신이 걱정해 주셨어요.

"괜찮아요.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을 거예요."

"그래도 조심해야지. 다친 팔로는 무리하면 안 돼."

정말 오랜만에 명절을 편안하게 보냈어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새삼 깨달았죠.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도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혜진이와 시어머니가 다 준비했어요.

혜진이는 정말 지쳐 보였어요. 얼굴에 피로가 역력했고, 움직임도 느려졌어요.

'이제 내 기분을 알겠지?'

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식사 후 설거지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혜진아, 설거지는 내가 할게." 시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어머니도 피곤하실 텐데."

결국 혜진이가 설거지까지 다 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말했어요.

"오늘 혜진이 정말 고생 많이 하더라. 평소에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어."

"응, 정말 힘든 일이야. 혜진이도 이제 알았을 거야."

그날 밤에 정말 개운하게 잠들었어요. 오랜만에 명절을 편안하게 보낸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깁스를 계속 끼고 있으니까 너무 답답한 거예요. 특히 여름이라 더 그랬어요.

어느 날 시댁에 갔는데,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웠어요. 깁스 안쪽이 땀도 차고, 간지럽고.

'잠깐만 벗어서 좀 긁어야겠다.‘

그래서 화장실로 갔어요. 문을 살짝 잠그고 가짜 깁스를 벗었어요. 그리고 팔을 시원하게 긁었어요.

"아, 시원해."

계속 한 자세로 고정해 놨더니 쥐가 나는 것 같아 팔을 쭉쭉 펴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면서요.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렸어요.

"미경아, 화장지 떨어져가는데...“

시어머니였어요.

그 순간 정말 머리가 하얗게 변했어요. 깁스를 벗고 팔을 긁고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시어머니가 다 보신 거예요.

"이게... 뭐야?"

시어머니가 당황해서 물어보셨어요.

"어, 어머니... 이게..."

저는 말을 더듬었어요.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미경아, 설마 이거 가짜야?"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 죄송해요..."

그 순간 시어머니가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을 불렀어요.

"정호야! 다들 이리 와 봐!"

남편과 시동생, 그리고 혜진이까지 다 몰려왔어요.

정말 창피했어요. 가짜 깁스를 손에 들고 서 있는 제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을까요.

"세상에... 이게 다 가짜였어?" 남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어요.

"미경아, 왜 이런 짓을..."

모든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어요.

시어머니가 정말 화가 나신 것 같았어요.

"세상에... 지금까지 며느리가 아니라 연기자를 집에 두고 있었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시는지!"

정말 따끔한 말씀이었어요.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사실 저도 요즘 너무 힘들어서..."

"힘들어서? 힘들면 거짓말해도 된다는 거야?"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됐어! 이 거짓말쟁이야! 조상님들께도 거짓말하고, 우리한테도 거짓말하고!"

시어머니가 정말 분노하셨어요.

그런데 그때 시어머니가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 솔직히 한 번 말해봐. 그때 그 한과도, 내 혈당 올리려고 일부러 만든 거지?"

"네? 한과요?"

"그래! 나 혈당 관리한다는 거 뻔히 알면서 왜 단 거를 만들어 왔어?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런 거 아니야?"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한과를 정성껏 만들어드린 것도 이제는 시어머니를 괴롭히려고 한 거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그게 아니에요. 정말 정성껏 만들어서..."

"정성껏? 다 됐고, 난 이제 이런 며느리 없는 셈 칠 테니까, 너 내 집에서 나가!"

"어머니!"

"니가 원하는 대로 해! 앞으로는 명절에도 오지 마!"

정말 극한 상황이 됐어요. 남편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요.

"엄마, 나도 나가야 되나?" 수민이가 불안해하며 물었어요.

"넌 괜찮아. 할머니가 화난 건 엄마한테야."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어요.

그날 밤, 저희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어요. 가짜 깁스 때문에 이런 큰일이 날 줄은 몰랐거든요.

남편도 저에게 실망한 것 같았어요.

"미경아, 왜 그런 짓을 했어?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여보,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힘들다고 거짓말해도 된다는 거야?"

남편과도 며칠 동안 말을 안 했어요. 집 안 분위기가 정말 최악이었죠.

그런데 수민이가 저에게 와서 말했어요.

"엄마, 할머니한테 사과하면 안 돼요?"

"엄마가 잘못한 거 알아. 그런데 할머니도 엄마한테 너무 심하게 하셨어..."

"그래도 거짓말한 건 엄마잖아요. 할머니께 진짜 미안하다고 하면 용서해 주실 거예요."

아홉 살 아이가 어른보다 더 현명한 말을 하네요.

그래서 며칠 후에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어요.

"어머니, 저예요."

"뭐야. 뭐 할 말 있어?"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지금 와서 사과해서 뭐해."

"어머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쉽게 용서해 주지 않으셨어요.

"미경아, 너 그동안 나한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

"네?"

"이번 깁스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거짓말 많이 했지?"

"아니에요, 어머니. 거짓말한 적 없어요."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불만 있지?"

더 이상 숨길 수도 없었고, 이번 기회에 다 털어놓기로 했어요.

"어머니, 사실... 네, 불만이 있었어요."

"뭐가 불만이야?"

"혜진이하고 저를 너무 다르게 대하시는 것 같아서요."

"다르게?"

"혜진이는 허리 아프다고 하면 푹 쉬라고 하시면서, 저는 팔이 부러져도 '어쩔 수 없다'고만 하시잖아요."

시어머니가 잠시 말이 없으셨어요.

"그리고... 명절 때마다 저만 일을 시키시고요. 혜진이는 항상 아프다고 해서 빠지는데, 저는 혼자 다 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한과도 그렇고요. 정성껏 만들어 드렸는데, 혈당 때문에 못 드신다고 하시면서 다른 분께 주시고... 정말 서러웠어요."

그렇게 쌓였던 말들을 다 쏟아냈어요.

시어머니가 한참 침묵하시더니 말씀하셨어요.

"미경아... 그랬구나. 미처 내생각이 짧았다"

"어머니..."

"사실 혜진이가 허리 아프다고 할 때마다 좀 이상하다 싶었어. 근데 확신이 없어서... 그리고 너는 항상 건강해 보이고 씩씩해 보여서 좀 더 일을 시켜도 괜찮을 줄 알았어."

"어머니, 저도 사람이에요. 저도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 미안해. 내가 생각이 부족했나 봐."

그때 갑자기 시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미경아, 그럼 우리 이번기회에 혜진이가 진짜 아픈건지도 확인을 해보자."

다음날, 정말 가족회의가 열렸어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 민수, 그리고 혜진이까지 모두 모였어요.

시어머니가 혜진이에게 물어보셨어요.

"혜진아, 허리 어때?"

"네, 어머니. 아직 좀 아파요."

"그래? 그럼 저번 네 친구 결혼식에서는 어떻게 하루 종일 들러리를 섰어?“

시어머니는 제가 보여드린 혜진이의 SNS영상을 보고 분노하셨던 거에요

그 순간 혜진이 얼굴이 하얗게 변했어요.

"어... 어머니가 어떻게..."

"SNS에 떡하니 올라온거 봤어. 춤을 정말 기똥차게 잘추드라?."

결국 혜진이가 울면서 자백했어요.

"어머니, 죄송해요. 사실..."

"뭐라고?"

"처음에만 진짜 아팠는데, 금방 나았어요. 근데 일 안 해도 되니까 좋아서 계속 아픈 척했어요."

시어머니가 정말 화가 나셨어요.

"세상에... 이런 며느리가 다 있나!"

시동생 민수도 부인을 향해 소리쳤어요.

"혜진아! 너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오빠, 미안해요. 그냥... 일하기 싫어서..."

정말 어이없는 이유였어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미경아, 정말 미안해. 내가 혜진이한테 속아서 너한테 너무 심하게 했구나."

"어머니..."

"앞으로는 공평하게 할게. 일도 똑같이 나눠서 하고."

그날 혜진이는 정말 혼이 났어요. 시어머니한테도, 남편한테도.

"앞으로는 명절 때마다 미경이랑 똑같이 일해. 알았어?"

"네, 어머니... 죄송해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저에게 사과하셨어요.

"미경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내가 몰라서 그랬어."

"괜찮아요, 어머니. 이제 알아주시니까."

"그리고 한과도... 사실 맛있었어. 내가 혈당 핑계 대고 안 먹은 거야. 미안해."

"어머니..."

"앞으로는 네가 만든 거면 뭐든지 잘 먹을게."

그날 정말 많은 것이 해결됐어요.

하지만 제 가짜 깁스 사건도 남아있었죠.

"미경아, 너도 잘못한 거야. 거짓말은 나쁜 거야."

"네,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이해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어."

시어머니가 저를 이해해 주셨어요.

"앞으로는 힘들면 솔직히 얘기해. 알겠어?"

"네, 어머니."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 분위기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몇 주 후, 시어머니 생신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정말 달랐어요.

"미경아, 혜진아, 둘 다 와서 같이 준비하자."

시어머니가 저희 둘을 똑같이 부르셨어요.

혜진이도 이제는 핑계 대지 않고 열심히 도왔어요. 그동안 저 혼자 했던 일들을 둘이서 나눠서 하니까 정말 수월했어요.

"형님, 제가 전 부칠게요. 형님은 나물 무치세요."

"그래, 고마워."

혜진이도 많이 달라졌어요. 진심으로 일을 도와주려고 했고, 저에게도 미안해하는 마음을 계속 표현했어요.

"형님, 그동안 정말 죄송했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됐어, 혜진아. 이제 같이 하면 되잖아."

시어머니도 정말 많이 바뀌셨어요. 저희 둘을 공평하게 대해 주셨고, 대우도 똑같이 해 주셨어요.

"미경아, 혜진아, 둘 다 고생 많았어. 덕분에 맛있는 생신상이 차려졌네."

오랜만에 가족모임이 즐거웠어요.

저녁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 나도 며느리였을 때가 있었지."

"네?"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 그런데 어느새 나도 시어머니가 되니까 그걸 잊고 살았나 봐."

시어머니가 자신의 며느리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나도 명절 때마다 혼자 모든 일을 다 해야 했어. 동서는 아이가 어리다고, 몸이 안 좋다고 항상 빠지고."

"그래서 더 이해했어야 하는 건데... 그때 힘들었던 걸 잊고 살았어. 미경아, 정말 미안해."

그날 밤, 시어머니와 정말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미경아, 너 정말 속상했지?"

"솔직히... 네. 많이 속상했어요."

"저도 친정이 없으니까 여기가 진짜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남의 집'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미안해, 정말. 앞으로는 진짜 딸처럼 생각할게."

시어머니가 제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혜진이와도 진솔한 대화를 나눴어요.

"형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형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제야 알겠어요."

"혜진아, 괜찮아. 이제 같이 하면 돼."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할게요. 형님만 고생시키지 않을게요."

혜진이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어요.

그 후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명절 때마다 저희 둘이 역할을 나눠서 일했어요. 전 부치기, 나물 무치기, 설거지까지 모든 걸 공평하게 나눴어요.

시어머니도 저희 둘에게 똑같이 고마워하셨고, 똑같이 걱정해 주셨어요.

"미경아, 혜진아, 너무 무리하지 마. 힘들면 얘기해."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남편이었어요. 이제는 명절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요.

"미경아, 내가 전 부칠게. 너는 좀 쉬어."

"괜찮아, 여보. 혜진이가 도와주니까 괜찮아."

"그래도 내가 해야지. 그동안 너 혼자 너무 고생시켰어."

남편도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깨달았던 거죠.

몇 달 후에는 정말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혜진이가 임신을 한 거예요.

"형님, 저 임신했어요!"

정말 기뻤어요. 조카가 생긴다는 것도 그렇고, 혜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제마저 기뻤어요.

시어머니도 정말 좋아하셨어요.

"세상에, 손자가 생기는구나!"

그런데 임신 초기라 혜진이가 입덧이 심했어요. 정말로 몸이 안 좋은 거죠.

"형님, 죄송해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아픈 거였어요.

"괜찮아, 혜진아. 임신부는 푹 쉬어야 해. 내가 할게."

"고마워요, 형님.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

이번에는 기꺼이 혜진이를 도와줬어요. 진짜로 몸이 안 좋은 거니까요.

시어머니도 말씀하셨어요.

"미경아, 혜진이 임신했으니까 좀 더 도와줘야겠어."

"네, 어머니. 당연하죠."

임신은 연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로 몸이 힘든 거고요.

그리고 몇 달 후, 혜진이가 무사히 아들을 낳았어요.

"형님, 고마워요. 임신 중에 정말 많이 도와줘서."

"뭘, 가족인데 당연한 거지."

시어머니도 정말 기뻐하셨어요.

"미경아, 네 덕분에 혜진이가 무사히 출산했어. 고마워."

손자가 태어나고 나서는 또 다른 분위기가 됐어요. 이제는 정말로 한 가족이 된 느낌이었어요.

아기 돌보는 것도 저희가 번갈아가면서 도왔어요.

"형님, 오늘은 제가 아기 볼게요. 형님은 쉬세요."

"아니야, 혜진아. 너 몸조리해야 해. 내가 볼게."

서로 양보하면서 도와주는 사이가 됐어요.

그리고 1년 후, 정말 감동적인 일이 있었어요.

시어머니 칠순 잔치를 준비하게 된 거예요. 큰 행사니까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달랐어요. 혜진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거예요.

"형님, 제가 한과 만들어볼게요. 형님한테 배운 대로."

"정말? 혜진이가 한과를?"

"네! 그동안 형님이 혼자 하는 거 보면서 배웠어요. 이번에는 제가 해볼게요."

혜진이가 정말 정성껏 한과를 만들었어요. 처음이라 모양이 좀 어설펐지만, 정말 열심히 했어요.

"형님, 어때요? 맛있어요?"

"응, 정말 맛있어! 혜진이 솜씨 늘었네."

시어머니도 정말 감동하셨어요.

"혜진이가 이렇게 정성껏... 고마워, 혜진아."

칠순 잔치 당일,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친척분들, 어머니 친구분들까지.

그런데 이번에는 저 혼자 준비한 게 아니었어요. 혜진이와 함께, 남편과 시동생까지 모두가 도왔어요.

"미경아, 혜진아, 너희 둘 덕분에 이렇게 멋진 잔치가 됐네."

시어머니가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지금 이 순간, 정말 감사해요.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더 단단하고 따뜻한 가족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혹시 저처럼 시댁에서 힘들어하시는 며느리분들이 계시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솔직한 대화가 답이에요. 물론 쉽지 않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아야 변화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때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 다가오는 추석이 정말 기다려져요.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웃고, 함께 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어요.

마지막으로, 혹시 제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 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세요. 진심은 언젠가 통하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더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저희 가족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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