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pa, 내가 알던 에스파가 아닌데? 신곡 리뷰

오늘의 음악 파고들기 230830

by 닷라인

Review


오늘 파고들 음악은 8월 18일 발매된 에스파의 싱글 'Better Things'이다. 이전 테트리스 OST의 수록곡 'Hold On Tight'의 인기에 힘입어 영미권 팬들을 타깃으로 하여 영어로 된 가사가 특징이다. 발매 이후 현재, 스포티파이의 총 재생 횟수는 7백만 회를 넘었다.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 반응이지만, 이 데이터는 한번쯤은 들어볼 이유가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또, 들어볼 만큼 좋다.


[00:00 ~ 00:16] Intro 파트는 대중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송폼으로, Chorus 파트의 메인 멜로디 일부를 미리 들려줌으로써 리스너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연출 방식이다. 라틴 음악에 쓰일 법한 퍼커션 사운드와 독특한 리듬, 그리고 피아노 사운드로 청량감을 표현한 듯하다. Intro에서 나오는 악기 구성은 보통 음악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함축적인 파트라고 할 수 있다.


[00:17 ~ 00:32] Verse 파트는 인트로와 악기구성은 비슷하지만, 킥 드럼의 유무와 피아노 사운드에서 차이가 있다. 조금 더 먹먹하고 베이스와 미들 음역대가 강조된 믹싱으로 에스파 멤버들의 음색은 더 돋보일 수 있게 메이킹을 했다. 사운드가 정말 좋다.


[00:33 ~ 00:49] Pre-Chorus 파트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이전 파트와 분위기를 전환시켜 귀를 환기시키는 목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다음 파트를 기대하게 하는 목적. 이번 곡은 후자이다. 약간의 노이즈와 공간감, 그리고 짧은 릴리즈의 플럭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신스 베이스가 추가되며 곡의 무게감을 더 해준다. 지금까지는 계속 악기의 구성이 더해지며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파트는 '싱잉 랩'스러운 멜로디 라인과 리듬을 보여주는데 뮤직비디오 비주얼도 그렇고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제작한 듯하다.


[00:50 ~ 01:19] Chorus 파트인데, 어쩐지 힘을 뺐다. 하지만 멜로디와 똑같은 라인의 EP 사운드가 귀에 꽂힌다. 이번 곡은 확실히 신선하고 트렌디함을 중점으로 만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기존 에스파의 세계관을 생각하고 기대했다면, 실망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영어 싱글의 경우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에스파라는 그룹의 또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저 케이팝 아이돌이 아닌 멤버들의 음악적인 깊이를 채워나가며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으면 한다.


[02:09 ~ 02:27] 정말 Bridge 파트답게 트랩 비트가 나오며 기존의 분위기에서 큰 전환이 생긴다. 하지만 곡의 아이덴티티인 인어공주 모티브는 여성 목소리의 'DU-DU-DU-DU' 스캣 멜로디로 표현해 냈다. 굉장히 잘 만들어낸 꽉 찬 구성의 음악이다. 하지만 가사는 너무 뜬금없어서 좀 웃긴다. 아직 무슨 의도로 이런 가사를 쓴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번 곡은 1절과 2절의 악기 구성 차이가 매력적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2절 Verse 파트의 시작은 신스 패드의 긴 호흡이 퍼커션 리듬과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어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이 신스 패드와 스트링 사운드가 계속 등장하며 2절의 빌드업을 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 3절의 클랩 사운드를 정말 청량하고 강력하게 잘 만들었다. 곡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알맞은 사운드였다고 생각한다.


청량하고 독특한 리듬의 퍼커션이 특징인 댄스홀 장르와 트랩 비트를 적절히 믹스해 낸 프로듀서 그리고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한 방울 첨가한 SM의 기획력이 돋보였다.


Credit




1.Leroy Clampitt

Reservoir Music 소속의 프로듀서이다. 그는 'Company - Justin Biber', 'Genesis - Dua Lipa'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꽤 많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참여한 곡 중 10억 스트리밍 이상의 이력을 가지고 있어 ARPA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프로듀서의 다른 작업물들과 이번 리뷰 곡 Better Things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점들이 있다. 중고음역대에서 굉장히 깨끗하고 선명한 사운드 믹싱이 특징적인 것 같다. 듣기에 무겁지 않고 가볍고 시원한 분위기를 풍긴다. SM에서 이번 여름 컨셉의 에스파 곡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2.Rachel Keen

RAY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임과 동시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다. Universal Music Group의 자회사 Polydor Limited 소속이며, 영국을 출신으로 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는 'Escapism'이 있고, 영국 오피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작곡가 및 프로듀서 활동에 있어서는 Beyonce, Rihanna, David Gutta, John Legend, Eille Goulding 등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했다. Leroy와 같이 협업을 하게 된 계기는 Madison Beer의 Home with You라는 곡을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이어나갔을 것으로 추측한다.


Finish


aespa는 광야를 나온 뒤로는 뚜렷한 세계관이 느껴지는 컨셉보다는 자유롭고 새로운 느낌의 트렌디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데이터와 성과로서 현재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aespa라는 그룹을 아티스트이자 브랜드로서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SM은 문화를 선도하고 선구자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현재의 aespa는 문화를 선도한다기보다는 트렌드에 맞춰 따라간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광야 속에서 ae와 함께 블랙맘바를 물리치던 메타버스와 현실을 결합시킨 aespa의 강력하게 구축된 이미지에서 앞으로는 어떤 방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고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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