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른 살은 한바탕 울면서 시작되었다.
2자를 떼고 3자를 단다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때의 난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유난스러웠다. 29살의 겨울에 내가 왜 울었었나. 창피하지만 그 당시 소개팅하고 몇 번 만난 남자 때문이었다. 너무 잘 통한다며 내일생 처음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꼬박 밤을 새우게 했던 그 남자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락을 끊었다. 나는 그 이유가 서른을 앞둔 여자와의 연애가 부담스러워서 였다는 답을 내렸고 그렇게 깨닫게 된 내 나이의 무거움 때문에 그 이후 쉽게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게 되었다.
현재는 연락도 하지 않게 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말없이 엉엉 울어댔으니 그 친구는 또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 이후 상대방에 대한 큰 기대는 없애고 폭 빠지지 않게 내 마음을 잘 단속해 가며 사람을 만났다. 내 마음은 훨씬 편했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영리해진 만큼 연애를 시작하기 힘들어졌다.
잘 지내다가도 무슨 주기가 있는 것처럼 내 나이의 무거움을 느끼며 덜컥 내려앉는 마음과 마주했다. 대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결혼은 나에게 맞지 않다며 소개팅도 연애도 하지 않고 살아왔던 나였던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널뛰기를 했다. 그래서 아닌 줄 알면서도 또 한 번의 연애를 시작했고 자기 맘에 안 맞으면 시도 때도 없이 잠수를 타는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나는 서른둘이 되었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직 젊다고 괜찮다는 사람도 있었다. 점점 결혼은 안 하냐는 질문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30대에도 이렇게 연애할 수 있다! 싶게 열정 넘치는 연애 끝에 결혼하고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혹시 몇 년 전의 나처럼 지금도 울고 있는 동생들이 있다면 알려주고 싶다. 여자의 서른 살은 무겁고 무서운 나이가 아니라고, 풋풋한 20대 같은 연애를 할 수 있다고, 당신만을 위한 꼭 맞춤한 그런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