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서른_서른을 준비하는 넋두리
굉장히 긴박하다.
촉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른은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오고 있다.
어서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내게 남은 시간은 4개월.
시한부다. 서른이 쾊이야!
나는 서른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의 벼랑 끝에 선 사람이다. 열아홉에서 스무살로 넘어갈 때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벌써 내 20대는 서른으로의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한다. 목표의식 없었던 아홉 차례의 새해가 흘러가는 동안 나는 내 삶의 깊이를 책임질만큼의 책을 읽지 않았다. 대신 작은 목표를 여러 개 세워두고 하나씩 채워가며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택했다.
나는 공부를 하며 실험을 한다. 논문을 읽고 논문을 써야한다. 하지만 전공과는 일절 관련없는 흥미와 관심 위주의 자격증을 따고 월급을 부어 카메라와 필름을 사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매주 교회에 나가 악기 연주를 하고 있고 조금 더 신중해지기로 했다. 곱지 않은 글자 모양을 고친답시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여전히 글씨는 곱지 않다. 그러다보니 나의 서른은 어느덧 4개월 앞.
내가 이룬 것? 수학의 결실인 학위기와 그 옆에 쌓인 졸업 논문 책들, 자격증 카드 하나와 크지 않은 교회에서의 협연/합주 경험, 관광명소와 맛집을 글로 쓰고 사진으로 담는 (a.k.a. 핫바리)에디터 직함, 그리고 세 번의 달력을 갈아치우는 동안 찍었던 사진으로 발행한 엽서 두 묶음과 전시 한 번.
'서른의 세상은 20대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진짜 현실이겠지? 어른이 되는건가?'
'뭘 준비해야 하는거지? 이대로 괜찮을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남은 4개월 동안 대단히 이룰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러고 있냐고? 20대에 할 수 있는 도전정신을 나의 '서른'에게 그대로 전달하려고.
남과 다른 천천히 가는 서른을 준비 중인 나는 그렇게 새해를 준비하며 4개월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