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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Jan 28. 2024

싱클레어의 밤

찾았다, 내 이정표.

저는 독서를 싫어하진 않지만 꾸준히 읽는 편은 아닌, 그럼에도 책을 곁에 두는 걸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책들을 모아 침대 옆에, 혹은 가장 좋은 위치를 골라 이곳 저곳에 두는 편이예요.

모든 면에서 유행하는 것은 거르는 이상한 취향이 있어, 요즘 좀 뜬다는 책은 읽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 우연히 고전문학인 데미안을 기반으로 한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회사와 나를 구분하기 어렵고, 회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혼돈 그 자체였던 시기에 그 강연이 나름대로 저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었기에 짧게 기록을 남겨두었는데요. 


https://brunch.co.kr/@dotorigarden/16


그 뒤로 한동안 데미안이 기억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데미안을 한 번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고 미루기를 수 차례, 서점에서 데미안을 3번째 마주하고 나서야 책을 샀고, 데미안을 구매하고 읽은 일은 제가 2023년에 가장 잘 한 일이 되었습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혹은 살아야하는지.


작디 작은 회사의 동료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곳에서 그 어느때보다 혼란스런 일상을 보내던 때라 데미안의 질문들 그리고 싱클레어의 방황과 여정들은 꽤나 위로가 되었습니다. 싱클레어는 여지없이 제 모습이었거든요.


데미안을 읽고 나서 제 혼란이 정리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 혼란을 나의 여정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받아들이고 나니 지난 고민들이 괴롭지 않을 만큼 충분히 편안해졌습니다. 왜 혼란스러운지, 무엇을 위해 혼란스러운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저 저는 나의 길을 찾기 위한 여정속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혼란스러울 거라는 것. 이 여정 속에서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나니 편해진거죠.


위 구절은 데미안에서 가장 처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가장 임팩트있게 남은 구절이였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동안 꿈꿔왔던 것에서 벗어나 진짜 내면에서 솟아나오는 것이 도대체 뭘까-하는 고민을 처음이자, 아주 깊게 있도록 이끌어 주었고, 결과는 평온이었어요. 앞으로 회사도, 개인적인 일상도 어려움이 없진 않겠지만, 이전에 겪은 어려움과 혼란과는 다를거라는 확신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2024년 다이어리 맨 앞에, 언제나 되새기려고 적어둔 구절이기도 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구절입니다. 가장 유명한만큼, 그 자체로도 임팩트가 있는 글귀죠.

종종, 자주 생각합니다. 내가 깨고자 하는 알, 세계는 무엇일까. 지금 나는 나의 알을 깨고 있는 걸까. 이 알을 깨고 나면 어떤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될까. 


저는 데미안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나 많지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똑똑하고, 글을 잘 쓰거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정도 표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가 데미안을 읽고 난 후 만나는 사람마다 데미안을 읽어보길 추천하고 있어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는 쪽지에 몇몇 구절을 적어 나눠줄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삶의 방향성이나 나의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청소년 필독 독서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3040, 5060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브런치는 책이라는 소재와 뗄 수 없는 공간이니, 데미안을 읽은 분들이 꽤나 있을 거 같습니다. 데미안을 읽고, 여러분들은 어떤 깊은 생각에 빠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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