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이후의 삶에 대한 목표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출근 준비를 했다.
아이를 깨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였고, 끝도 없는 할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시계는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해야만 했던 일들’의 목록에 매달려 ‘하고 싶었던 일들’은 늘 뒤로 미뤄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다.
글을 쓰며 다양한 글벗들을 만났다. 특히 신중년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지나온 세월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게 거울이 되었고, 나는 내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마흔의 한 지점에 서서 묻는다. 나는 어떤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가.
10대는 미래를 위한 시간이었다. 공부와 성적, 진로를 위해 쉼 없이 달렸다. 비교와 경쟁이 일상이었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치였다. 남들이 그려놓은 길 위를 걷기 바빴다.
20대는 가능성과 불안이 공존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했다. 사회라는 무대에 스스로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느라 내 시간을 돌아볼 틈조차 없었다.
30대는 책임의 무게로 가득했다. 가정과 일, 생계를 감당하느라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시간은 늘 남의 것이었고, 가족과 회사, 사회가 정한 틀 안에서 살았다. 나를 위한 시간은 늘 가장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지금, 마흔.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봐야 할 때다. 시간의 흐름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부터의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갈지 자주 묻는다. 여전히 사회적 책임은 무겁지만, 이제는 나만의 리듬을 조금씩 되찾고 싶다.
50대는 어떤 시간일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해지는 시기. 경쟁보다 균형을, 성취보다 의미를 고민하는 시간. 그 나이가 되면 결국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그리고 60대. 그땐 진짜 시간의 주인이 되어 있을까?
시간은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짜 시간의 주인이 되는 길 아닐까?
누구의 시간표에 맞춘 삶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나의 시간표를 설계하는 삶. 속도가 아닌 방향을 선택하고, 분주함보다 깊이를 택하는 하루. 남의 시간에 맞춰 살아온 내가 나만의 시간을 그려나가는 지금, 내 삶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