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의 시간
내 인생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쓴 시간은 과연 언제였을까. 그런 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다음은 언제쯤 다시 올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이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바로 신중년의 시간이다.
신중년 즈음이 되면,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써도 된다는 용기가 생긴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오랫동안 미뤄둔 '나의 시간'이 조용히 다시 문을 두드린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지만, 늘 다음으로 미뤘던 일들. 그 마음이 긴 침묵 끝에 다시 꿈틀거린다.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말, 진심은 아닐 것이다. 신중년에게도 여전히 '꿈꾸는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지금, 마음은 한결 가볍다. 그래서,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 꿈은 말할수록 가까워진다. 이제는 시간도 있다. 조금은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나'를 선택할 용기가 생겼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며, 누군가는 기타를 배우며 삶의 색을 다시 찾아간다. 그렇게 하나씩 모인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다시 따뜻하게 만든다. 취미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감정을 정돈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취미를 깊게 만들어주는 것이 '배움'이다. 신중년에게 배움은 점수도, 자격증도 아니다. 그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실험이다.
느려도 괜찮다. 시험도 없다. 혼내는 사람도 없다. 하루에 하나씩, 작은 배움이 쌓일수록 설렘과 성장도 따라온다. 그 설렘은 나이를 잊게 만든다. 취미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배움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된다. 그리고, 여행. 여행은 나를 돌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버스를 타고 도시의 반대편으로 가는 것, 근처 바다를 산책하는 것, 기차 타고 한적한 동네를 걷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그 용기, 그 시간 자체가 '내가 여기까지 잘 왔다'는 위로가 된다.
그래서 지금, 신중년의 시간은 가장 좋은 때다. 취미는 삶에 온기를 더하고, 배움은 나를 다시 성장시키며, 여행은 마음을 환기시킨다.
누군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도 좋지 않을까?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배우고 있고요, 쓰고 있고요. 가끔은 떠나기도 해요. 그게 지금의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에요."
지금, 이 시간은 나를 위해 써도 되는 시간이다. 아니, 이제는 나를 위해 써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