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책 한 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인다.
그래서 책 한 권은 단순히 원고를 모아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그 책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넘을 수도 있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자신의 삶을 나누고, 마음을 쏟아붓고, 문장 하나하나에 깊은 생각을 담는다.
책은 작가에게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 된다.
책 한 권에는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은 대개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의 가격표를 달고 세상에 나오지만,
그 속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이 녹아 있다.
매일의 고심과 단어를 고르는 수고,
그 시간의 농도는 가격을 훌쩍 넘어서는 삶의 무게를 품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출간된 신간은 64,306종에 이른다
단순히 책이 많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는 하루 평균 176권의 책이 새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의미다.
발행 부수는 7천만 부를 넘어섰고, 번역 도서만 해도 1만 종이 넘는다.
숫자만 보더라도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도, 나온 이후에도 쉼 없이 마음을 쓴다.
출간 전에는 더 나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와 싸우고,
출간 후에는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펼쳐주길 바라며 애쓴다.
책을 낸다는 건 혼자의 글쓰기로 시작해, 어떤 독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그러나 그 여정의 끝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다.
출간 이후 어떤 책은 한 주 만에 잊히기도 하고, 길어야 한두 달 동안 독자 곁에 머무르다 사라진다.
그 속에서도 작가는 단 한 사람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
자신의 문장이 누군가의 삶에 작게라도 울림을 남기기를 소망한다.
고수리 작가의 『마음 쓰는 밤』 서문은 그런 작가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었다.
열심히 글 쓰는 이유는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도 아니고, 책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프지만 그건 언제나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매 순간 이타적일 수 있는 인간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어서,
조금이나마 선의를 나눌 수 있는 일이라서, 재밌어서 좋아서 쓰다 보니
10년 넘게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 쓰는 밤 ㅣ 고수리>
작가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오늘의 밥 한 끼를 위한 노동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작가에게 책 한 권은 곧 삶의 증거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왔다는 흔적이고, 깊이 고민했다는 증거이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는 기록이다.
6만 종이 넘는 책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단 한 권이 될 수 있다면,
그 치열한 시간과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그 믿음이 있기에,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다시 원고를 열고,
또 한 줄의 문장을 조심스럽게 적어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