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하기 싫어서 그랬어
헬스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아주머니가 있다.
늘 같은 시간에 오시고, 빠짐없이 러닝머신 위를 한 시간씩 달린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무표정으로 달리는 모습에는
오랜 시간 쌓인 습관의 힘이 느껴진다.
그날도 변함없이 운동을 시작하셨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러닝을 멈추고 조용히 내려오셨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주머니가 물었다.
“오늘은 왜 절반밖에 안 해?”
그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그냥... 하기 싫어서.”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누구도 더 묻지 않았고, 그분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냥, 하기 싫어서.’
그 짧은 말 안에 포기가 아닌 여유가 느껴졌다.
자신을 아껴주는 마음이 스며 있었다.
매일 하는 사람에게는 오늘은 쉬어도 된다는 여유가 따라온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루틴을 위한 숨 고르기다.
그분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30분 러닝이, 내일의 1시간 운동으로 이어진다는 걸.
자신의 리듬을 믿고, 스스로의 루틴을 존중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요즘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하루라도 빠지면 죄책감을 느끼고,
계획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을 탓한다.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루틴이든 오래 지속하려면 의무감보다 여유가 필요하다.
내가 나를 다그치기보다, 이해하고 다독이는 태도.
그게 긴 여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는 그 아주머니가 참 멋있다고 느꼈다.
“오늘은 그냥 하기 싫어서.”
그 짧은 말속에는 오랜 성실함에 대한 자기 확신이 있었다.
매일 해왔기에 하루쯤 줄여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
그게 진짜 꾸준한 사람 아닐까.
꾸준함이란 건 매번 100점을 맞는 게 아니다.
마음이 지치기 전에 나를 지켜주는 기술이다.
오늘의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기를.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은 조금 덜 해도 괜찮다는 믿음.
그 여유가 우리를 더 멀리 데려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