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숫자가 유출되는 순간
얼마 전 아버지와 톡을 나누던 중, 카드를 보여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앞면과 뒷면을 찍어 보내드렸죠.
그랬더니 잠시 뒤, 아버지께서
“카드 뒷면은 함부로 보여줘선 안 된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아… 하고 멈췄습니다.
몇 달 전이었나요.
카드는 집에 두고 나왔는데,
카드번호와 뒷면 번호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본인 인증까지 마쳤지만, CVC 번호는 끝내 알려주지 않더군요.
재발급을 받는 수밖에 없다는 게 직원의 말이었습니다.
카드 뒷면에 적힌 세 자리 숫자,
우리가 흔히 ‘CVC 번호’라고 부르는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적혀 있지만, 그 숫자는 누군가가 당신의 결제 정보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최소한의 방패이자 마지막 관문입니다.
요즘은 본인 인증이 참 쉬워졌죠.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휴대폰 인증까지 다 거쳐도,
카드사는 이 CVC 번호만큼은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숫자는 카드 실물을 가진 사람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숫자가 유출되는 순간, 내 결제 정보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죠.
그래서 누군가 카드 인증을 이유로 사진을 보내달라거나,
CVC 번호만 알려주면 된다며 말을 꺼낸다면, 그건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합니다.
겉으로는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처럼 보여도,
그 뒤엔 마지막 문을 열려는 누군가의 손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요청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응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상황이 정말 맞는 건지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것.
그 한 번의 확인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막아주는 단단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경우엔 CVC 번호까지 입력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 상황이 정확한 절차인지 알고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카드 뒷면의 숫자는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잠시 가졌던 저의 방심을 글감으로 삼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