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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료강의는 듣지 마세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간절히 찾는 사람

by 더블와이파파

나 역시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이번 글은 조금 조심스럽다.

그래도 한 번은 남겨보고 싶었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분의 강의를 신청해 들었다.

관심 있던 분야이기도 했고, 무료 강의라는 점도 마음을 끌었다.


대부분의 무료 강의는 2차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과정은 유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유료 강의를 소개하기 위해 무료 강의로 먼저 내용을 나누는 것이니까.

‘공짜를 먼저 주라’는 마케팅 철학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기준이다.


그래서 많은 강사들이 무료 강의에 꽤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자신을 알릴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나도 그런 과정을 여러 번 겪어봤기 때문에 강사 입장에서의 어려움과 고충을 잘 안다.

사실, 무료 강의만 챙겨 듣고 빨리 무료 혜택이나 달라며 그것만 받고 빠지려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강의 도중 딴지를 걸거나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은 강사에게 정말 힘 빠지는 경험이 된다.

무료강의.png 무료강의 예시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다.

며칠 전 들었던 강의가 딱 그랬다.


강의 내내, 강사의 목적이 너무 분명하게 느껴졌다.

유료 수강생 모집.

딱 그 목적 하나로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듣고 있는데,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마 나도 강의를 하다 보니 더 민감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많은 수강생을 모아 수강료를 받고

정작 그 강의의 만족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마치 지하상가에서 "오늘만 떨이!"라고 외치지만

내일 가도 떨이, 모레 가도 떨이인 그런 장면 같았다.


오늘 산 사람의 만족도보다

다음 사람에게 또 ‘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


그런데도 잘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절박한 사람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간절히 찾는 사람들.


이런 상황에선 분별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강사의 말에 사심이 보여도 절박한 눈엔 그게 잘 안 보인다.


그래서 그 강의를 듣는 내내 마음이 좀 찝찝했다.


예전에 신동엽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걸릴 사람은 반드시 걸린다.”


결국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정도를 걷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악플을 받을 수는 있어도

그 상황 앞에서 당당하려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은 신용이 전부인 시대다.


진짜 팬을 모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날의 강의는 내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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