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엔 열등감이 내려앉아 있었다
한때 나는 정해진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삶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믿었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한 평씩 집을 넓혀가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큰 욕심 없이, 소박하게. 그게 잘 사는 삶이라 여겼다.
돌이켜보면, 나는 ‘판’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화투를 치든, 포커를 하든 늘 표정에서 감정이 드러났다.
좋으면 웃고, 나쁘면 얼굴이 굳었다.
감정에 쉽게 휩싸이는 나를 보며 투자는 물론, 주식은 아예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결심엔 약간의 자조와 체념이 섞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묵묵히 회사에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변해 갔다.
나보다 월급이 적은 사람이 나보다 넓은 아파트에 들어갔고,
나보다 공부 못하던 동기가 훨씬 좋은 차를 몰고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가슴 한켠이 저릿했다.
‘나는 왜 그대로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나는 말과 얼굴이 따로 놀았을 것이다.
질투인지 부러움인지 내 마음조차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런 생각이 반복되던 시기에 나는 오히려 일에 더 매달렸다.
‘나도 언젠가는 저 차를 타고, 더 넓은 집에 살게 될 거야.’
그 말도 안 되는 경쟁심이 나를 더 일하게 만들었다.
마치 회사에 나의 복수를 맡기기라도 한 듯 더 열심히 출근하고, 더 오래 야근했다.
그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지금의 아내를 만난 일이다.
아내는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었다.
절약이 몸에 밴 데다 언제나 밝은 성격이었다.
어딜 가나 쿠폰을 잘 챙기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철저히 가격을 비교했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아내면 세상을 구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쓰였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아내는 항상 세일 코너부터 들렀다.
그 모습을 보며 ‘아내가 세일 코너를 보란 듯이 지나칠 수 있는 날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마음도 내 자격지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 부부를 만났다.
그 친구는 요즘 잘 나가는 업계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듯했지만 꾸준히 고수입을 유지하고 있었다.
함께 백화점에 갔다. 시간이 좀 흐른 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아내와 그 아내가 들고 있는 쇼핑백이었다.
나는 순간, 이상하게도 위축되었다.
아내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지만
내 마음속엔 열등감이 내려앉아 있었다.
내 안에 열등감이 있었다.
그날, 문득 우석 님의 책 『인생투자』가 떠올랐다.
진짜 부자들이 오히려 중고차를 탄다고 했다.
똑같은 옷을 몇 번이고 돌려 입으며 늘 웃는 사람들.
그중에 진짜 부자가 있다고 했다.
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채우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겉모습에만 몰두한 건 아니었을까.
비교하고, 따라잡고, 이기려는 마음에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다.
그럴수록 내면은 점점 불안해졌고 그 불안은 밖으로 드러났다.
물론, 돈이 마음을 채우는 데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더 절실한 건 내면의 힘이었다.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는 마음.
그 마음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그것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