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을 위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부모는 먼저 판단을 시작한다.행동이 위험해 보이면 당연히 제지한다.
불 가까이에 다가가려 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려 하면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부모로서의 본능이다.
그 순간 개입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때로는, 아직 아이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미리 막아설 때가 있다.
'이 방향으로 가면 위험할 거야.'
'그렇게 되면 결국 내가 힘들어질 텐데…'
그 판단의 출발점은 과연 아이였을까, 아니면 나였을까?
나는 아이의 가능성을 내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차단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성장에 필요한 실수, 경험 속에서 쌓이는 선택의 힘. 나는 그 기회를 미리 빼앗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사를 잘하지 않는 아이를 볼 때 여러 번 타일렀고,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의 마음은 '제발 좀 바뀌었으면…' 그 바람 하나였다.
그런데 문득 돌아봤다. 나 역시 누군가의 말로 변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잠시 변하는 '척'은 했지만 마음속 깊은 변화는 단 한 번도 누가 대신 이끌어주지 못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을 바꿔보려 애쓴 시간,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내가 지쳐갈 뿐이었다. 그래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사람은, 스스로 바뀌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에만 변한다."
아이에게 인사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진짜 변화를 만드는 건 '내가 인사했을 때 기분이 좋았어.'
하는 자기 효능감이다. 자기 마음에서 일어난 변화, 그 감정 하나가 아이를 바꾸는 유일한 힘이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삶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움직여야 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을 내디뎌야만, 변화가 시작된다. 사람에게는 인생의 기회가 세 번쯤 온다고들 한다. 그중 두 번은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꿈틀대는 감정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불안하더라도 괜찮다. 망설여도 괜찮다. 중요한 건 움직였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 경험이 다음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다.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용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