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늙은 사자

1.용접: 열과 압력을 가하여 고체 사이가 결합 되도록 접합시키는 방법

by 민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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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눈, 사자의 심장, 여자의 손을 지닌 게 누군지 알고 있니?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은 거예요? 좀 더 어렸다면 그렇게 물었을 것이다.

-어제 TV에서 나온 소리잖아요. 외과의사들이 하던 말 아냐?

철의 말에 혁은 인상을 쓰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용접공도 마찬가지다.

철은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지금 의사랑 비교 하는 거?

혁은 아들을 노려보다가 소주잔을 비웠다. 자극하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혁은 이미 독수리의 눈을 잃은 상태였다. 오랜 용접생활로 시력이 나빠졌다. 언젠가부터 짐작으로 태킹을 하고 그 태킹을 기준삼아 용접을 해왔다. 2인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들키고 싶지 않은 늙은 사자처럼 혁은 비밀을 감추듯 말을 돌렸다.

-언제 학교로 돌아 갈 거냐. 선생님한테 또 전화 왔었다.

-가봤자 뻔하지 뭐.

-조선소를 들어가려면

-조선소는 무슨 놈의 조선소! 땜쟁이는 다 같은 땜쟁이라고!

철은 방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안 한다고. 난 안 한다고! 어둑해진 골목을 뚫어내며 빠르게 달렸다. 열흘간 정학통지를 받았다. 공업고등학교를 별 생각 없이 다니다가 실습을 나간 3학년 선배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던 일이 있었다. 쉬쉬하는 학교의 태도에 학교를 그만두자고 마음을 맞춘 친구들이 5명쯤 됐지만 무산됐다. 친구들을 선동했다는 죄로 정학처분을 받은 건 철뿐이었다. 학교마저 가지 못하니 할 일이 더욱 없어졌다. 무조건 아빠가 강요하는 용접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외의 것이라고 해도 생각나는 건 딱히 없었다. 노트를 펴고 TV에서 멘토니 뭐니 떠벌이는 것들이 해보라는 말처럼,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나열해 보려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결국 철은 백지를 북- 찢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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