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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진미 Oct 11. 2019

일상을 작품으로 만드는 순간들

쓰는 기술과 충만한 의지만으로는 작품이 되지 않는다


글쓰기 책들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에 집중한다.  빠른 시간 안에 완벽한 글쓰기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 두 번째는 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에 집중한다. 너는 할 수 있다. '일단 써라' 하는 책들이 그것. 혹은 두 가지 주제를 합한 책들. 하지만 그런 책들은 너무 많다. 서점에 이미 차고 넘친다. 물론, 두 가지 종류의 책 모두 좋은 책이다. 첫 번째는 글을 빠르고 완벽하게 쓰도록 기술적인 도움을 주며 두 번째는 의지를 잃지 않도록 심리적인 도움을 준다.


'기술'과 '의지'에 충실한 글쓰기 책들을 아무리 봐도 막상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면 정작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수많은 글쓰기 책들을 접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고개만 돌려도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이 보였다. 좋은 책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배운 게 많았다. 하지만 기술을 알고 있고 의지도 충만한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이상하다. 분명 글쓰기 책으로 기술도 완벽하게 배웠는데, 무조건 쓰면 된다고 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무엇을 어떻게 써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커서는 눈앞에서 깜빡이며 재촉하고 하얀 화면은 부담이 된다. 의지는 100프로 충전이 되었으니 어쩐지 컴퓨터를 끄고 싶지는 않아서 결국 나는 그날의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쓰거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쓰고 만다.


우리가 접하는 에세이는 어떤가, 으쌰 으쌰 하면서 보게 되는 글쓰기 책들과 다르게 에세이는 일상을 편안하게 늘어놓고도 저자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 저자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전달하여 무엇이든 스스로의 경험에 빗대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이런 에세이의 긍정적인 면과 기존의 글쓰기 책들의 중요한 부분들을 결합하면 보다 더 편하고 부드러운 글쓰기 방법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는 당신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유명한 소설가들은 상상 속의 일들을 현실의 일처럼 만들기도 하지만 처음 글쓰기를 접하는 사람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유명한 작가들의 글쓰기는 상상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직접 경험한 수많은 일들을 밑바탕으로 깔아 둔 뒤 그 위에 상상력을 더해 집을 짓는 일과 다름없다. 집을 짓는 대지가 튼튼하지 않으면 당연히 그 위에 지어진 건축물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넘쳐나는 정보들과 눈앞에서 마주하는 사건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날들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그런 날들 조차 우리 육체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은 처리하게 된다. 그럼 눈을 감는 순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자고 일어난 후에 어쩐지 카타르시스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꿈속에서 우리는 더 강렬하게 변화한다. 보다 과감하고 대담해지며 자신의 성향을 벗어나 잔인하고 악랄하게 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잊는 순간 그뿐. 현실에서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자신이 창조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꿈속에서의 일들과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이 나만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일상을 글쓰기로 남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뽑아낸 별것 아닌 일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흥미롭지 않은가.


하루 일과를 그냥 적어 내려가는 일기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많은 은유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각각의 카테고리를 대상으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작은 작품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가를 미리 보여주는 건,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초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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