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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Nov 15. 2020

고민되는 랩탑의 용량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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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탑을 살 때 제품을 선택하고 나면 가장 마지막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저장소의 크기다. 이때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는지? 나는 최근에는 최소 용량을 주문하는 편인데, 인터넷 위주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게 되어 랩탑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콘텐츠도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하는 일도 없다. 진지하게 대용량 저장소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폰 앱 개발을 위해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인 xcode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 개발도구는 맥에 설치해야 하는데, 나는 맥북도 물론 가장 작은 용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개발도구는 아이폰 OS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함께 업데이트가 되며, 매번 40기가 정도의 빈 공간이 필요했다. 애플은 OS를 꽤 자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용량을 확보하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Mac OS는 외장하드는 업그레이드용 스토리지로 사용할 수도 없어서, 폴더를 하나하나 뒤져가며 삭제할 만한 파일들을 찾아 지우는 방법밖에 없다. 앱스토어 자동 업그레이드는 용량이 부족하면 아예 업데이트가 안 되기 때문에, 개발자 사이트에서 업데이트용 압축파일을 받아 보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하하). 매년 - 더럽게 자주 한다고 생각함 - 맥북 OS 업그레이드 때도 그 고통은 이어졌다. 


- 저 좀 지나갈게요.

팀 쿡: 안됩니다.

- 약간 틈이 있는 것도 같은데요.

팀 쿡: 없습니다.

- 살짝 뒤로 좀 가봐요. 금방 지나갈게요.

팀 쿡: 미안합니다.

- 휴. 급해서 그래요.

 팀 쿡: 길 위에 있지만, 저를 벽이라고 생각하셔야 돼요.

- 자 이렇게(흐흡) 숨을 들이마시면 몸이 좀 가늘어졌죠?

팀 쿡: 택도 없네요.

- 조금만 옆으로 붙어봐요!

팀 쿡: 제가 왜요?

- 자, 이렇게 파카도 벗고, 백팩도 다리 밑으로 내리면..

팀 쿡: 고생하셨습니다만, 부족합니다.

-......

팀 쿡: 그냥 고용량을 구매하세요.


이쯤 되면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잊은 상태로, 문 앞에서 버티고 있는 상대에게 이렇게 쏘아붙이고 싶어 진다. 


누가 지나간대 이눔아? 미친 X아. 그 문 옆에 죽을 때까지 서 있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늑골을 맥북 재활용 알루미늄 바디로 내리칠 테니까. 알겠냐 이 사이코야?


성격 같아서는 맥북을 시멘트 바닥에 시속 50킬로로 내던지고는 512기가 맥을 사러 가고 싶지만, 이제는 성숙한 어른이니까 운기조식運氣調息하며 스스로 캄-다운, 캄-다운하고 있는 중이다. 인생은 수련이다.







덧: 위와 같은 경험에 고생하시는 분이라면  DevCleaner라는 앱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여 사용해보세요. xcode가 캐시를 정말 엄청나게 쓰고 있더라고요. 

덧 2: 이후에는 맥북의 최소사양이 256으로 올라가버려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만.. 아.아앗. 이렇게 신박한 해결방안이라니! 비즈니스맨들은 정말 꼴도보기 싫음.(나도 비즈니스맨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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