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Apr 03. 2016

전도연과 공유의 캐미는?

남과 여(2015)

언제부턴가 내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버린 전도연의 - '남과 여(2015)’


전도연은 연기할 때 예쁜 척하지 않는 배우입니다. 가끔 그녀의 우는 연기를 보면 이게 실제인지 영화인지 헛갈리는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주름이 생기던, 얼굴이 일그러지던,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덕분에 그녀의 캐릭터는 언제나 관객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동네 사람처럼 현실감 있고 진중하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정공법을 사용한 정통 멜로물로 스토리도 뻔하고 관객이 고민할 부분도 별로 없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말수 적은 공유와 순수한 전도연은 묘한 시너지를 형성하며 영화 끝까지 관객과의 텐션을 유지시켜 줍니다.
두 캐릭터의 성격 상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감정 사이클과 간극의 변화가 필름처럼 전달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단연코 아름다운 영화음악일 텐데요. 늘 가장 절제된 톤으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클래식 BGM들은 핀란드의 이국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는데, 마지막 핼리캠을 사용한 페디스탈 샷에서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깔렸던 음악은 가끔 멍하니 있으면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제게 가장 잊히지 않는 건 전도연이 공유에게 마음을 전하러 갔다가 그를 보지 않은 채로 쓸쓸히 돌아오려는 택시 안에서 오열하는 장면인데요. 전도연은 울며 여자 운전사에게 출발해도 좋다고 하지만, 그녀는 출발하는 대신 차의 시동을 끄고 바깥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배려라는 건 이해보다는 공감에 가까우며, 논리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것입니다. 그 공간 안에서 전도연은 지상 최고의 위로를 받았고, 그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흥행에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영화를 봤을까’하게 되지는 않았으니,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감히 추천하고 싶네요. 물론 끝없이 내려와 쌓이는 흰 눈과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침엽수림 속에 담뿍 잠길 수 있게 되는 것은 덤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