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생각보다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가 거의 불가능해 집에서만 읽었네요. 고등학교 때 여학생 둘의 살인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후 퇴소한 주인공이 다시 또 다른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는 내용의 소설인데, 도입부터 중반까지는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범인을 숨긴 후 대놓고 '맞춰보세요'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등장인물도 상당히 많고 짧은 신들을 계속 넘나드는 구성을 따라다니다가 지쳐 '그냥 알려줬으면 좋겠네' 하며 보게 되는 게 약간 단점이라면 단점이네요. 필력도 좋고 스토리도 텐션 있게 이어져서 중반까지는 한 시간이 십 분 같이 느껴지며 '이거 한 번에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거 아냐' 하게 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떡밥들 회수하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전개는 스피디한데도 지루해 죽을 지경으로 '나무토막 등에 지고 골고다 언덕 올라가듯' 인내하며 마지막 장까지 가야 했습니다.
뭐야 다 눈치 깠고 더 이상 할 이야기 없을 것 같은데 왜 아직 1/4이 남았지?
했다는 건 분명히 후반이 좀 지루했다는 증거 일 겁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궁금한 게 두 가지가 있는데, 죽이지도 않았는데 10년을 복역하고 나왔더니 누명이 벗겨진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하는 게 첫 번째. 어쨌든 '아 진짜 열 받네. 누명이 벗겨졌으니 고등학생 때로 돌려놓으라고!' 해봤자 '너무 미안합니다만 그런 건 불가능해요' 정도일 테니 한참 짜증 날 것 같긴 하네요.
또 하나는 상세한 묘사 없이 여주인공이 계속 예쁘다고 하는데, 대체 얼마나 예쁜 건지 계속 궁금해 죽을 지경 었습니다. 하지만, 또 어설프게 '허리까지 늘어진 짙은 흑발을 산발하고는 안젤리나 졸리 같은 입술로 앵두를 오물오물...'이런 식이었다면 역시 실망했을 것 같기도 하고...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반으로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이젠 대체 뭐 읽어야 하지?'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