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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Jan 29. 2022

애플 워치와 손재주

애플 워치를  오랫동안 사용했는데, 처음 발매되었을 때부터 사용해왔으니 벌써 만으로 8년이 넘었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애플 워치는 어떤 장점이 있어요?’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을 보는 용도 외에는  다른 활용을 해본 적이 없어  답을 하는데 머뭇거리게 된다. 어린 이가 ‘아저씨, 어른이 되면 뭐가 좋아?’하고 물어왔을  ‘딱히 그런  없는데…’라고 대답하기 애매한 것과 비슷하달까? 잔뜩 기대하는 표정에 대고 실망스러운 답을 해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애플 워치는 이상하게 다른 디지털 기기들과는 달리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신제품의 발매에 그다지 관심이 안 갔다. 하지만 없으면 또 뭔가 허전해서 낡거나 고장이 나면 새것을 구매하게 된다. 마치 양말이나 장갑처럼. 그런데, 얼마 전 서둘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부가 본체와 분리되며 글라스 귀퉁이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런 이유로 구매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애플 워치 액정 교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도 워치를 떨어뜨려 글라스가 처참하게 깨져버렸는데, 그 정도가 나보다도 심했다. 아무리 봐도 수선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액정부를 분리해내서는 깨진 글라스 밑에서 액정 스크린을 떼어내고, 새 글라스에 액체 광학 투명 접착제를 사용해 그것을 솜씨 좋게 재접착했다.


그 십분 정도 되는 영상을 보고 나니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유난히 좋던 나였다. 가위질도 잘했고 - 물론 왼손 가위질이라 모두들 불안해했지만 - 프라모델 조립도 늘 매끈하게 해냈다. 둔하게 손가락을 놀리는 친구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들의 손가락 끝에 신경이 없는 건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다. 스마트폰에 액정 보호지도 얼마나 잘 붙이는지 모른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비뚤어지거나 먼지가 들어간 액정 보호지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런 손재주로 음식이나 제대로 입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얼굴 근처로 우선 음식을 붙여놓고 입 쪽으로 밀어 넣는 걸까? 아마도 생선 가시 같은 것은 발라내기 힘들어서 그냥 씹어먹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나니까 왠지 유튜버처럼 잘 수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영상을 보자마자 해당 클립에서 공개한 정보를 참고해 광학 투명 접착제와 글라스를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을 해두고는 잊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그것들이 집에 도착했다. 나는 문 앞에서 택배를 수거해와서는 책상을 정리하고 도구와 부품을 늘어놓았다.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추가 조명을 켜고 -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 핀셋까지 준비했다. 물경소사勿輕小事라고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 하는 법이니까.

드디어 세기의 교체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는 서랍에 넣어두었던 애플 워치를 꺼내어 대충 바디에 끼워두었던 액정부를 들어내기 위해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줬다.


‘빠각’



나는 워치를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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