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또 오해영'
요즘 볼만한 드라마라면 이 드라마가 단연 탑일 것 같습니다. 드라마 홀릭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들리는 소문으로 유행하는 드라마는 금방 알 수가 있는데요.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능가하고 있다는
또 오해영
통통 튀는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라면 뭐가 있을까요? 우선 '불행하지만 발랄한 여주인공'과 '무뚝뚝하지만 능력 있고 경제력 뛰어난 남주인공'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통통 튀기 위해서는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줄 수 있는 무결점 청정 캐릭터는 필수일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네 명의 주인공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식 당일 신부가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거나, 신랑의 어머니로부터 결혼 전날 잔인한 이야기를 들었거나, 결혼 전날 남자친구에게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는 말을 듣거나, 난데없이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회사가 망하게 되었던 그런 사람들.
이 두 커플들은 모두 서로 사랑했지만, 타인의 의지로 상처를 받으며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가, 현실에서부터 도망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거나,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죠.
언뜻 생각해도 이런 주인공들로는 '발랄한 로맨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지만, 박해영 작가와 송현욱 PD는 보란 듯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밝고 에너지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어 냅니다.
드라마의 성공의 주역이라면 역시 '서현진'과 '예지원'일 텐데요. 특히 '서현진'의 활약이 단연 돋보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서현진'의 과거 작품들은 접해보지 못했습니다만, 이 드라마가 뜨면서 '식샤를 합시다 2'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이 드라마에서 서현진은 약간 오버스럽긴 하지만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을 자동 채널 고정시키고 있는데요. 캐릭터 특유의 무한 발랄한 매력을 매 회마다 한껏 전달해 줍니다. 예지원도 언제나처럼 능청스러운 사차원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특이한 것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예지원이 예뻐 보인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로맨스 드라마이긴 하지만 요즘 핫한 서스펜스도 살짝 얹혀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에릭은 자신의 미래를 엿보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죠. 아직까지는(현재 9회 방송) 이 능력이 이야기의 전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후반부에서는 로맨스와 동등한 비중으로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드라마의 설정은 약간 과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자신의 결혼식을 망친 여자친구(실제로는 이름이 같은 다른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 남자의 회사를 부도로 이끌어 교도소로 보내 버렸다는 설정은 '아 그럴 수도 있지'하기에는 너무 무겁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 남자 주인공이라는 것 또한 황당한 설정이죠. 시청자가 좋아하지 않는 남자 주인공은 좀.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던 백해영 작가와 송현욱 PD는 초반부터 '서현진'의 에너지를 십분 활용하여 극 전체의 분위기를 발랄하게 만들어버리며 고급스럽게 황당한 설정을 무대 아래로 눌러 버립니다. 물론 그런 설정의 주모자 '김지석'을 순수 바보 캐릭터로 잡은 것도 한몫했고요.
네 명의 메인 캐릭터들 모두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속사정이 모두 오픈이 되면, '아.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해버리면서 사건 이전의 행복한 커플들로 쉽게 돌아갈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습니다. 그 부분이 또 후반부 캐릭터들의 관계를 휘젓는 리드가 되는데요. 작가는 지속적인 심리묘사로 쉽게 극복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이들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현진과 에릭 두 사람 모두 과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버림받았던 상처는 반복적으로 플래시백 되며 점점 더 깊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너무 깊이 알아버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치유해주고 싶게 되어버린 둘의 상황은 네 명의 관계를 더욱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궁금한 이 드라마. 시간 좀 남으시는 분들께 살짝 추천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