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보통 옷은 계절이나 날씨를 따라가게 되어있다.
추우면 두껍게 입고 더우면 얇게 입는 건, 신 것을 보면 침이 흐르듯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옷과 마찬가지로 양말도 계절별 다양한 종류들이 존재하는데, 물론 두껍거나 얇은 양말은 기본으로 있고, 두께별로도 발목이 없이 발만 감싸거나 고무신처럼 거의 발바닥만 감싸는 것 혹은 앞발바닥만 가리는 것 등등 수많은 종류의 양말이 존재한다.
양말을 살 때 옷처럼 내 체형에 어울리는지 입어보거나 색깔이 내가 가진 다른 옷들에 어울리는지 직접 대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고, 물론 나도 그렇다. 가끔 매장 전체가 양말로 가득 차있는 곳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나가다가 어디든 들러 묶음에 얼마 하는 것을 들고 계산대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구매해 버린다.
나는 양말을 고를 때 다른 것들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데 유독 두께만큼은 신경을 쓰게 된다. 좀 이상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이던 겨울이던 비가 오던 눈이 오던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두꺼운 양말을 신는 편이다. 물론 솜털 송송 날리는 에스키모인용 양말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단처럼 얇은 여름용 양말은 피한다.
그런 구매 패턴에 대해 크게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얼마 전 매장에 들어가 양말을 집어 들어 계산대에 올렸을 때 점원에게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어머. 이건 여름용 양말이 아닌데 괜찮으세요?'
순간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을 들으니 뭐라고 답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수 초 동안 멈칫하고 있다가,
'아. 네 맘에 들어요.'
하고 말았는데, 왠지 이 대답은 좀 아닌 것 같다.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얇은 양말보다는 좀 두꺼운 양말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우선 두꺼운 양말을 신는다고 땀이 차는 것도 아니고 - 저는 땀이 잘 안 납니다 - 생각보다 여름에 딱히 더 덥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게다가 왠지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비숑을 발등에 올려놓은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져서 걸을 때 좀 더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이제 제가 두꺼운 양말을 왜 선택했는지 아시겠어요?'
하고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열심히 내 카드를 리더기에 긁어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저렇게 대꾸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아무리 나라도 저렇게 대답할 수는 없다.
어쨌든, 내가 두꺼운 양말을 선호하는 이유는 저런 이유로, 여름인데 발목 위로 살짝 겨울 양말을 신고 있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모르는 척 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