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침대는 히터 옆에 둘걸 그랬어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밤 침대에 누워 오들오들 떨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낡은 스튜디오는 부엌, 작은 복도, 방까지 문 없이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방에 있는 구식 히터 하나로는 집 전체를 데우는데 한 시간은 걸린다. 깜빡 잊고 레버를 돌리지 않고 눕게 되면, 한 시간 후를 기대하며 절대 다시 침대 밖으로 나오고 싶어 지지는 않는 것이다. 나는 늘 레버를 돌리는 것을 잊었다.
이 곳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침대는 히터 반대 편 벽 쪽에 붙어 있다. 그 덕에 옷을 꺼내는 것도 불편하고 양말을 꺼내는 것도 불편했지만, 그래도 그 자리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귀찮은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야. 이미 내 눈에 익숙해진 무릎 위 고양이 같은 내 방을 낯설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 더 컸다.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불을 켜면 늘 제일 먼저 인사하는 내 친구 같은 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조금 지나면 차곡차곡 정리해서 쌓고, 주고, 버리고 해야 한다.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금방 올 것이다.
아침에는 생선이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에 마트에서 이름도 모르는 생선 하나를 사 들고 왔는데 집에 들어오니 또 불을 켜고 프라이팬 위에 올리기가 귀찮아진다.
게으르면 다 그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