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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두 남자의 절규

박재정 - 두 남자(with 규현)

by Aprilamb

라고 하면 마치 서로 사랑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각자 이별한 남자끼리의 대화입니다. 물론 이런 류의 가사라면 '윤종신'이 제일 먼저 떠오르겠죠?

이별한 후에도 생활은 계속 이어지니까. 가습기 주변 침대에서 일어나던, 택시를 타던, 바에 가서 혼술을 하다가 똑같이 이별한 남자를 만나게 되던 말입니다.


가사를 듣다 보면 주거니 받거니 왠지 뮤지컬 같은 느낌인데, 그래도 여전히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 - 무심한 박재정의 목소리도 한몫하고 있지만 - '규현'의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일 겁니다.

규현의 버터 바른 듯한 힘 뺀 바이브레이션은 백지영의 그것 만큼이나 슬프고 슬프니까요. 그의 음색은 디폴트 가동 만으로도 모창이 가능할 만큼 성시경과 비슷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부드러움과 슬픔의 아이덴티티가 존재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를 치고 내려오며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슬픈 바이브레이션은 그의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도 함께 땅끝으로 끌어내립니다.


생활밀착형 가사와 이 둘의 묘한 캐미로 오분이 넘어가는 곡이지만 마치 일절만 부른 것처럼 훅 지나가 버리고 마는데, 후반부의 서로 받쳐주거나 주고받는 부분은 정말 이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남남곡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멋진데요.

극 후반부 규현의 '잘하면 되는데 어려워' 부분은 마치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으로, 곡을 다 듣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되는데,

되는데,

되는데,


내가 지금껏 음악에서 들었던 '데' 발음 중 단연코 가장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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