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콘텐츠 소비자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는 카피라이터이자 생활툰 작가인 홍인혜 님의 에세이로, 카피라이터 일을 하다가 문득 [책 제목대로 인 것 같아서] 런던으로 훌쩍 떠났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에세이라 하더라도 여행기나 생활기라면 어느 정도 정형화된 형태를 벗어나기 힘든데요. 아무래도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프레임웍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떤 문학적 표현이나 독창적 허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평화’에 수학적 경이로움이 가득한 ‘진공청소기 사용 설명서’ 챕터가 추가된 느낌이랄까요.
이 책은 ‘어설픈 초심자의 슬픈 런던 사용 매뉴얼’의 느낌으로, 힘들게 런던에 정착하여 생활하게 된 이야기를 소녀 감성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고 사회 초년생 다운 어설픔도 귀엽습니다만, 연속으로 책을 놓지 않고 챕터를 계속 이어 읽어 나가게 되지는 않아 꽤 오랜 기간 들고 있었던 것 같네요.
훅 읽어버리고 나면 크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사실 대부분의 책들이 그렇긴 합니다만 - 뭔가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라면 꽤 흥미 있게 편한 마음으로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이 좀 하드 한 편이라 - 내지도, 표지도 - 테이블에 책을 펼쳐두고 두 손을 편하게 쓰면서 읽기는 힘듭니다. 한 손 만으로도 부족해요. 그냥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