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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Dec 10. 2016

방어율로는 부족한가요?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투수의 능력치를 판단하는 메트릭으로 ERA(Earned Run Average 평균 자책점, 방어율)가 있는데, 이는 실점하는 것을 기준으로 투수의 능력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꽤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야구가 점점 비즈니스화 되면서 Analytic을 적용하여 더 정확한 분석을 하려는 시도(Sabermetrics)가 이루어져 왔는데, 수년 전 보로스 맥크라켄이라는 세이버메트리션이 마침내 지동설 같은 주장을 하고 말았다.


일단 볼이 배트에 맞으면 투수의 능력과는 상관없다


라는 것인데, 타자가 배트를 공 있는 곳에 잘 대고 나면 공이 튀는 것부터는 운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타구가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날아가면 안타가 되고, 파울라인을 넘어가면 잘 맞아도 파울이 된다. 타자가 세밀하게 공이 떨어지는 위치나 각도를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가정인데(왕정치 제외),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하며 어느 정도는 수긍하게 된다. 덕분에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s)라는 새로운 메트릭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투수가 통제 불가능한 요소들 - 실점, 피안타, 희생플라이, 에러 등 - 을 제외하고 투수의 투구 구위 그 자체만으로 능력치를 평가하게 되었다.

이후 Statcast의 등장으로 선수들이나 배트의 움직임, 공의 각도 등의 여러 데이터가 확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활용하여 더욱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넘쳐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각도의 분석을 하다 보니 최근에는 Exit Velocity Analysis(배트를 맞고 튀어나가는 공의 각도와 속도를 기반으로 하는 분석)를 통해 새로운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일단 볼이 배트에 맞아도, 투수의 능력과 상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즉 투수가 던진 볼의 구질에 따라 볼이 배트에 맞은 이후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뱅뱅 도는 느낌이기도 하고, 여기까지 왔다면 '아, 뭐지? 야구라면 잘 던지고, 잘 치고, 파이팅하면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거지. 분석이 대체 뭐야?'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구단을 가진 기업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하는데, 사람들의 파이팅만 믿고 뒤에서 발 동동 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저런 분석들을 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분석 결과 이번 게임에서는 벤치에 앉혀 두는 것이 최선이라던 선수가 홈런을 빵빵 날리게 된다면 분석 담당자는 간담이 서늘해질 것 같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투수 효율 계산법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지만, 역시 뭐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진리에 다가가는 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효과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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