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박웅현 씨의 ‘다시, 책은 도끼다’ 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책들의 표지만 보고 들었던 느낌을 적었던 글에서 ‘읽지도 않은 주제에 너무 심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요즘 딱히 읽고 싶은 책도 없어서 겸사겸사 집어 들었죠.
특이한 제목 때문에 호기심에 집어 들었던 전작 때도 그랬지만 - 작가의 독서에 대한 철학도 맘에 들고, 읽는 문장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물론 제시된 모든 문장에 ‘아 정말 그렇네’ 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문장 하나하나 진솔하게 가슴으로 느끼며 책을 읽는 작가 모습을 상상하게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나만의 잣대가 있고 독서를 즐기는 나만의 철학이 있어서 이렇게 자신이 읽은 느낌을 전달하며 공감을 유도하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심심하면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듣기는 하지만, 들으면서도 ‘흠, 난 공감이 안 되는데?’ 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이동진씨도 ‘저런 놈은 좀 안 들었으면 좋겠다.’ 할 것만 같네요.
물론 읽을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 같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소개되는 책들은 쉽게 집어 들게 되지 않더라고요. 물론 교보문고 신간 팸플릿보다는 신뢰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얼마 전 교보문고 글판에서 행간이 너무 넓어 많은 상상을 하게 되었던 토막 글의 원문을 만나볼 수 있었던 건데요. 그제야 ‘아하’ 하게 되었더랬죠. 전문을 보면 한정된 단어 수 안에서 소개할 문단을 뽑아내야 했던 글판 담당자의 고충이 눈에 선합니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2014년 여름 버스에서 우연히 바깥을 쳐다보다가 처음 광화문 글판을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은 이후로는 교보문고 옆을 지나게 되면 늘 글판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더랬죠. 그때의 글은 정호승 시선집 ‘수선화에게’에 실린 ‘풍경 달다’ 의 일부였습니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너무 좋죠. 요즘도 지나다니다가 Wind Chime 소리라도 들리면 - 종소리에 파블로프의 개가 침을 흘리듯 - 저 문장이 떠오릅니다. 책보다는 광화문글판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어떤 책이라도 읽고 나면 늘 얻는 것은 있다는 말로 마무리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