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길치라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길치 중의 요다' 같은 존재라고까지 이야기해주니 왠지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 길을 잘 못 찾는 사람들에 대해 - 한번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준비고 뭐고 필요 없이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으면 되는 거니 생각보다 쉬울 것 같기도 하고.
우선 이것부터 시작해보면,
누군가가 길을 설명해 주면 - '듣지 않는다'
들어도 잘 모르고, 쓸데없이 집중해서 피곤해지고 싶지도 않기 때문인데, 특히 길 이름이 나오면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강남대로를 타고 직진하다가...'라던지 '영동 고속도로에서 3번 국도로 빠지면..' 이렇게 말해봤자 강남대로나 영동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방법부터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 듣지 않는 것으로.
'아, 거기시군요! 아주 가까워요. 계신 곳에서 대로 방면으로 50미터 나오셔서 좌회전하신 후에 그대로 맞은편을 보시면 우체통이 있어요. 그러면...' - 그러면, 저 안 가요.
일단 일반인들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대로 방면'부터 너무 어색하고, '맞은편'이라는 게 좌회전 한 이후 내 몸의 진행 방향에서 맞은편인 건지, 내 등 쪽에서 맞은편인 건지 논리적으로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게 된다. 못 찾으면 바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헤메고 있어도 다시 한번 전화는 죽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위치를 받아 쥐가 미로를 찾듯이 가고 싶어질 뿐이다. 만약 톨만이 미로 실험을 할 때 나 같은 쥐가 섞여 있었다면 '잠재적 학습'이라는 가설 자체의 검증부터 벽에 부딪쳤을 것만 같다.
샌드박스형 게임은 질색
물론 최근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런 형태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왜 LA 전체를 무대로 만들어두고 스스로 길을 찾아 임무를 수행하게 만드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출입구가 열리지 않아 근처를 이 잡듯이 뒤져 폭약을 겨우 찾았는데, 다시 출입구로 돌아갈 수가 없어 게임을 종료시킨 건 애교에 불과한 것이다. 갑자기 '카카리코 마을'로 가라고 해봤자, 수많은 마을을 지나왔는데 대체 그게 어디인지 알 수가 없잖아. 개인적으로 길 찾는 건 전혀 재미있지 않은데, 찾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직진하다가 좌회전하시고, 좌회전하시고, 또 좌회전하시면요.' - 뭐야 그러면 우회전이네.
하고 알아서 소거나 치환을 한다. 보통 길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가장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그런 가운데에서 들려오는 단어들로 나름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길을 찾을 때는 그렇게 명료하게 재정리된 정보가 도움이 되었던 경우는 없었다. 왜죠?
사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래와 같은데, 길을 잘 못 찾는 분들은 모두 무릎을 탁 칠 것 같다.
다들 길 설명을 하나같이 너무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