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비가 상당히 많이 왔던 날이었다.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길거리에 발목까지 물이 차 넘치던 때였는데, 이동하려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목 아래는 잠수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바닷가에서도 젖은 백사장 쪽에는 아예 접근도 안 한다. 물을 좋아하지 않으니 젖는 것도 싫어하는데, 몸에 젖은 것이 붙어있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발이 젖는 것도 싫지만, 양말이 젖은 건 더욱더 싫다는 것. 덕분에 사람들이 팩 같은 것을 얼굴에 붙이고 즐거운 표정으로 누워있다던가 하는 것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아 이제 내 피부는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하고 즐거운 기분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년 전에도 그다지 좋은 피부는 아니었을 수도 있고, 오히려 팩의 습기 때문에 붙이고 살짝 잠이 들어 버린다면 얼굴에 곰팡이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날 나는 개울 같던 길에 발을 내딛기 전에 양말을 벗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었다. 젖은 양말을 하루 종일 신고 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젖은 양말을 신고 있으면 슈퍼맨이 클립토나이트를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은 상태가 되어버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물론 마른 양말을 신는다고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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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도 뭔가 양말에 발생하게 될 불행한 사건을 막기 위해 미리 벗어 주머니에 넣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양말이 젖는다든지, 양말이 축축해 진다든지. 혹은 양말이 젖는다든지. 젖는 것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는 것을 보면 양말이 젖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리 벗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저녁 야근을 하다가 갑자기 청소하는 소리에 담배를 피우러 가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고는 세면대 앞에 섰는데 생각보다 발이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침에 발을 닦지 않고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난 가끔 그런 적이 있다). 그래서, 생각 난 김에 양말을 벗어 주머니에 대충 집어 넣고는 발을 닦았을 것이다. 저녁이라 사람도 없고, 세면대 옆에는 세제도 있으니까. 시원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진행하고 보니,
‘그런데, 그게 뭐?’
이 일이 이렇게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그 이후로 특별히 주변에 범죄가 발생했어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없고, 양말도 당일 오후에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다. 나와 같이 그 양말을 봤던 동료도 지금쯤은 그런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도 신경 쓸 일은 이것저것 많았을 테니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제대로 추리를 해내고 범인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검찰에 보내 치르게 할 죗값도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다시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