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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계단과 양말 한 짝(1)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아침에 커피를 사러 지하에 있는 카페를 내려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대체 그 시간 그 장소에 왜 양말이 한 켤레도 아니고 한 짝만 떨어져 있었을까. 궁금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도 계속 궁금했지만 커피를 받아 들면서 잠시 잊게 되었는데, 돌아가는 길에 아직 그대로 놓여있는 양말을 보게 되면서 또다시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사건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분명히 이 건물은 밤 열 시쯤 청소를 하기 때문에 양말은 그 이후에 그 자리에 놓여있게 되었을 것이다. 밤 열 시부터 내가 커피를 사러 내려간 오전 여덟 시 오십 분 사이. 신으면 소재가 늘어나면서 발이 살짝 비쳐 보일 것 같은 여름용 양말이다. 양말을 계절별로 살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거나, 차를 타고 실내로만 다녀 두께 따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추위에 둔한 사람 혹은 추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양말은 낡았거나 구멍이 나거나 하지도 않았어서 특별히 버려질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있다 해도 계단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신발을 벗고 다시 양말을 벗어던지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주머니 등에 양말을 넣고 가다가 흘렸거나, 두 번째 인물이 존재해서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양말이 벗겨졌을 수도 있다. 후자라면 대부분 다툼이나 싸움을 하던 중에 발생했을 텐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주변이 너무 깨끗한 것도 이상하다. 순순히 벗어 바쳤다? 그런 이상한 경우는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아무래도 여긴 평범한 회사 건물이니 말이다. 아니야 그래도 이 정도는.


아 더워, 땀 닦게 양말 좀 줄래?


자연스러운 요청일 수는 있지만 역시 겨울이기 때문에 땀이 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운동을 위해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 오르락내리락 한 건 아닐까? 요즘은 운동이 유행이니까. 하긴 아니었던 적도 없다. 어쨌든, 그렇다면 땀이 났다는 것에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겠어.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은 옆에서 운동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선 양말의 소유자는 남자인 것이 분명하다. 계단을 땀나도록 뛴 사람이 여자라고 가설을 세워볼까? 역시 그럴리는 없어. 땀나도록 회사 지하 계단에서 운동을 할 여자는 세상에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내 상식 안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남자끼리 왔다는 이야기인데, 분명히 두 명이 모두 운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양말은 둘 다 심하게 젖었을 테니 땀을 닦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땀을 닦을 용도가 아니라면 혹시 냄새를? 아니야 그건 좀 그래. 하지만, 모든 사건 수사관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편적 일반성을 근거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던 가설의 끝에 늘 진실이 존재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마치 '절름발이가 범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 냄새야. 냄새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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