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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계단과 양말 한 짝(2)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분명히 냄새는 너무 온 거다.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여긴 서울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들로만 가득 찬 사무실 빌딩이니까. 물론 양말의 냄새를 맡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 이 건물 안에 분명히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계단에서 친구에게 냄새를 맡기 위해 양말을 달라고 할 정도로 솔직 담백하게 정신 나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사실 두 명일 것이라고 가설을 세운 것 자체가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 커버리지를 넓히기 위해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내다보니 얼떨결에 생각해 낸 설정이었을 뿐인데 왜 그쪽부터 파고들었던 거지? 내가 뭔가에 홀렸던 건가? 남의 양말을 강제로 벗기던 부드럽게 건네받던, 뭐든 내가 스스로 내 양말을 벗는 것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잖아. 보편적인 정서를 벗어날 필요가 없는 게, 살인, 강도, 아니 뭔가 사건 비슷한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단지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었을 뿐이니까. 물론 발생했지만 아직 흔적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는 생각을 하니 초조해졌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혼자서 계단을 오르다가 – 혹은 내려가다가 – 갑자기 양말을 벗어던지는 사람보다는 조금 평범한 사람이라 가정해보기로 했다.


오랜만의 야근이라 집중도 잘 안되는데 갑자기 사무실에 진공청소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제기랄’

청소시간이다. 범인 아니 용의자, 아니 양말을 떨어뜨린 자는 청소기 소리에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어차피 오늘은 밤을 새야 할 판이니 느긋하게 청소가 끝날 때까지 지하에 내려가 담배나 한대 피우고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서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낸다.


이쯤일 것이다. 주머니의 담배를 꺼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려 버린 양말. 이 가정이 가장 자연스러워. 밤에 청소 소음을 피해 담배 한대 피우러 내려가는 상황은 하루에도 수 번씩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제 하나만 남았다.


도대체 왜 주머니에 양말을 넣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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