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Wisdom) Love - Andrew Zuckerman
Wisdom(위즈덤)은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계를 대표하는 65세 이상의 명사들이 자신만의 삶의 지혜를 짧은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이 작고 예쁘긴 하지만 각 인물의 핵심 문장만을 소개하고 있어서 '도대체 Andrew Zuckerman(작가)는 뭘 한 거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책의 원본은 키가 작은 사람의 몸통만 한 크기로, 핵심 문장과 그에 대한 설명까지 상세하게 싣고 있습니다. 출간 이후 샘터(출판사)에서 다시 인생, 사랑, 아이디어, 평화 라는 타이틀로 나누어 판형을 줄이고 내용도 줄여 그림책처럼 내놓았죠. 제가 오늘 소개하는 것은 그 중 '사랑'이라는 부제의 분책입니다.
물론 대단한 사람들의 연륜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독특한 필드에서 나름 굳세게 살아온 나이 든 사람들만의 고집 같은 것이 함께 느껴지기도 합니다. 덕분에 원본에는 '이건 좀 공감이 안가는데요?'하는 부분도 꽤 있긴 하지만, 분책에는 설명글이 모두 붙어있지도 않고 사진과 격언 같은 문장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냥 그림책 보듯 쓱쓱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크게 감명을 받으며 읽지는 못했어서 딱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는데, 후반부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배우)의 부분은 확실히 기억에 남네요. 1937년생인 영국 배우인데 나이가 꽤 많으신데도 사진이 기품이 넘칩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뭔가 내공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분은 군계일학으로 빛이 나는데, '이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젊었을 때 카렐 라이츠의 '모건'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줄리아'로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배우뿐만 아니라 20대부터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해왔고 지금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생활도 기품에 딱 어울린다고 할까요?
이 책에서 이분은
It's the most wonderful thing to be a grandmother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가장 멋진 일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음. 그건 좀. 나중에 제가 이런 의뢰를 받는다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처럼 산다는 것은 가장 멋진 일이다'라고 해볼까요?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카페에 들어갔는데 책장에 꽂혀있다거나 서점 책꽂이에서 우연히 발견하시게 되면, 훅 한번 훑어보시면 어떨까요?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그림책 같으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