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나는 그다지 사람에게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므로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물론 어렸을 때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무척 싫어하긴 했지만, 그건 유행 같은 것이어서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체로 그랬을 것이다.
친한 사람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사실 친하다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주변에는 술 한 번만 같이 먹어도 등을 툭툭 치면서 '내일부터는 형이라고 불러'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술을 같이 먹는 것은 즐겁지만, 없던 형이 생긴다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게 될 테니 부모님께도 여쭈어 봐야 하고, 같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동의를 구해야 할 것 같다.
'제가 이분에게 형이라고 해도 될까요? (그렇다면, 이 분과 친구이신 당신도 제 형이 되는 건데요.)'
사실 물어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싫은데, 그렇게 많은 형이 생겨버리는 것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기준은 아무 때나 둘이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인데(까다롭지는 않다고 생각함), 평소에는 편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테이블 앞에 얼굴을 마주하면 쑥스럽거나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일단 친해지고 나면 그 사람의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반말하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런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성격이라기보다는 아예 반말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데, 형식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사실 반말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한다 해도 크게 상관없는데, 말했던 대로 반말을 하는지 존댓말을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싫어하는 사람으로 돌아가보자면 그런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일반적으로 사람은 '좋아하게 되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니거나'로 판단되면 크게 더는 관심을 두지 않으니 싫어질리도 없다. 마주치면 불편한 사람이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딱히 싫은 것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등으로 밀어대는 사람이 짜증 나긴 하지만 -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 싫어할 것까지는 없으니까.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나름대로 장점이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인류에 공헌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이 한둘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사람을 보면 온종일 기분이 별로더라구.' 할 정도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이 '행운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하며 내 손바닥에 있던 마트료시카를 빼앗아 갔던 것도 아닌데(물론 마트료시카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지만), 출근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면 온종일 기분이 잡쳐진다. 물론 그 사람이 딱히 내게 나쁜 짓을 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나쁜 사람도 아닐 것이다. 아니, 내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나쁜 짓을 한 것일까?
역시 사람과의 관계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