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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시나요?

인생 난제

by Aprilamb

요즘 가끔 '사람은 왜 살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언뜻 들으면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살아야 하는 거지?'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현실 도피적으로 한 질문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것은 보다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궁금에서 도출된 질문이다.

현재 상황을 결부시킨 감정적 고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질문에 더 가깝다는건데, 살아간다는 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로움 혹은 지루함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해나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거다.


'나는 행복한데 무슨 소리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길을 걸어가거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오밤중에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거나 할 때마다 모두 행복해 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 물론 금요일 밤이 되거나, 상사가 갑자기 휴가를 내거나, 친구가 '내가 쏜다'며 불러내거나, 서비스 센터에 갔는데 보증기간 만료 이틀 전이라던가 하는 것으로 가끔 행복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매분 매초 그런 건 아니니까.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마라톤을 하듯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것처럼, 잘난 척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도 감정 이전 본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 해도 우리는 남다른 지능 덕에 생산 현장의 부조리, 영업 전선의 모순, 사드의 후폭풍, 미세 먼지 등 동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위기 속에서 살고있는데, 다들 묵묵히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다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을 정도다.

어쨌든, 결국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역시 그 칭찬을 해 줄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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