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법칙
"이봐. 생각해보라고."
뜬금없이 뭘 생각해보라는 거야?
"도대체 왜 강남과 종로의 미세먼지 수치가 다른 거야?"
그럴 줄 알았어. 뭐가 궁금한지 덧붙이지 않을 생각이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강남역과 종로의 미세먼지 수치가 다른 게 왜 궁금한 거지? 어차피 원인을 파악해 봤자 우리 힘으로 상태를 변경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차라리 꽃바람이라도 훅 불어주길 바라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나? 그렇다고 딱히 지적 호기심이 뛰어난 사람도 아닌 것 같으니 순수한 학문적 욕구로 물어볼 리도 없는데…. 게다가 저 말투 봐. 이미 짜증이 가득하잖아. 최근 며칠 동안 세계 정상을 기록하던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 때문에 다들 날카로워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강남 쪽이 먼저 두 배 이상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화를 낼 필요까지 있나?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아니, 그런 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래야 중국에 논리적으로 따질 수도 있고!"
아니 나만 모르는거야? 그리고, 나는 알아도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을 만한 아는 중국사람도 없다고. 만약 있다 쳐도 그 사람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미세먼지 양을 제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 이럴 줄 알았어. 나를 단순한 화풀이 상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거지? 중국사람 대신 나를 들이받는 거잖아 지금!
"그런데, 초미세먼지는 또 뭐야?"
태어나서 논리적 추론이란 걸 해본 적은 있니? 드래곤 볼이라도 봤을 거 아냐? 초 사이어인이 일반 사이어인보다 어떻디? 뛰어넘을 초超잖아. 뭐 이래? 지적 수준의 레벨이 안 맞잖아. 우린 서로 대화가 안 통한다고!
"뭐 미세먼지보다도 더 작은 먼지겠죠."
"그런데, 왜 초미세먼지 지수는 좋음인데, 미세먼지 지수는 나쁨인 거야?"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먼지가 종류별로 일정 공간에 늘 같은 양을 유지하며 존재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나? 그런 게 있다고 쳐. 그런 법칙이 있는데 리얼 월드에서 희한하게 법칙에 반反하는 상황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라도 할 거니? 누가 네 말에 귀를 기울여준대? 좋은 게 하나라도 있으면 '둘 다 나쁜 것보다는 낫네?' 하면서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니야? 좀 긍정적으로 살라고!
"흠. 종로가 미세먼지 지수가 좋은 이유는 알아낸 것 같아."
어? 물론 나도 대화하면서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원인까지 밝혀낼 수가 있는 건가? 뭐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비범한 사람인 건가? 아니면, 혹시 지금은 회계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전공이 '천문 대기학'이라던가 말이야. '국문학'이 전공인 나는 모르지만, 그 전공인 사람들은 누구나 알만한 쉬운 법칙이나 정리가 있는 건지도 모르지. 어쨌든,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나도 그 이유가 점점 궁금해지고 있다!
"그래요? 왜 그런 거예요?"
"어. 대구에도 종로가 있네? 내가 위치 지정을 잘못했어."
"……."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