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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맹장염의 상관관계

하루하루 연장되고 있는 행복의 유효기간

by Aprilamb

건물을 나서는데 맑은 하늘을 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요 몇 주는 날씨도 좋았지만 공기도 참 깨끗한 것이다. 오랜만에 크고 길게 숨을 쉬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토요일이 되면 늘 느지막이 일어나 공복으로 천천히 프리시디오까지 걸어가서는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앞에 놓고 파인 아츠 극장 팰리스 쪽을 바라보며 그렇게 숨을 들이마셨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깨끗한 공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폐를 깨끗한 공기로 정화시키면서 걷다가 습관처럼 미세미세 앱(미세먼지 확인 앱)을 켰는데, 수치가 235로 최악의 공기란다.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면서 눈이 따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숨을 최소한으로 쉬면서 마스크를 찾기 위해 가방을 뒤지는데, 얼마 전 가방 속 물건을 정리하면서 빼놓았던 것이 생각난다. 늘 이렇다. 가방은 세상 누구보다 무겁지만, 실속은 여자 핸드 파우치만도 못한 것이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추스르면서 다른 미세먼지 앱을 켰는데, 그 앱은 미세먼지 지수가 53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거잖아?'


다시 미세미세 앱을 켜니 그 앱과 똑같이 미세먼지 지수는 다시 53으로 떨어져 있었다. 눈이 더 이상 따갑지 않았고, 폐의 미세먼지가 맹장으로 흡수되어 장기 주변이 다시 깨끗하게 정화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숨을 크게 쉬어 그동안 부족했던 공기를 보충하면서,


'그런데, 맹장염은 어쩌지?'


까지 생각하다가...


지금 내가 무슨 병신육갑을 떨고 있는 거지?


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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