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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질문과 'Thank You'

by Aprilamb

‘넌 내일부터 눈이 안 보인다면 오늘 뭘 할 거야?’


너무 갑작스럽게 물어보면 뭐든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건 초등학교 때부터 오토마톤 마냥 반복해왔던 구구단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내내 같이 있었지만 비슷한 질문이 생각날 만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더랬다. 언제나처럼 평소처럼 지루하고 심심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니까.


‘….’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면 듣지 않는다. 주어진 정보 안에서 나름 성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글쎄… 내일이라면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냐?’

‘그러면 일주일 후라면 어때?’


그녀는 관대하게 질문을 조정해주고 있었다.


‘음. 기간이 문제는 아닌 것 같아.’


그랬다. 기간이 늘어도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은 변함없으니까.


‘그런데, 언제쯤부터 안 보이는 거야?’

‘일주일 후라니까?’

‘아니.. 하루의 언제쯤?’

‘그건 왜 궁금해?’


그건 궁금했다. 낮에 갑자기 안 보이게 된다면 당황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길을 걷는 중일 수도 있고, 주문했던 커피를 받으러 가는 도중일 수도 있고, 지하철에서 내릴 때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 난처할 것 만 같다.


‘그냥..’

‘언제면 좋겠어?’

‘해질 때. 점점 어두워지다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될 때쯤?’

‘…’


저녁이 되면 어두워지고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익숙하다. 물론 그 이후 계속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지도, 익숙하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진입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롱스카프의 그라디에이션처럼, 멀어지는 기차 기적소리처럼.


‘그럼 보이지 않게 된 다음에는 뭘 할 거야?’


오늘 질문은 난이도가 꽤 높다.


‘글쎄, 바로 잠은 안 올 테니…’

‘그렇겠지?’

‘성시경의 'Thank you'를 들어야겠어.’

‘성시경?’

‘응.’

‘같은 앨범의 ‘끝에’는 어때?’

‘그건 싫어.’


그 곡은 너무 우울하니까. ‘Thank you’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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