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으면 주말은 정말 총알배송을 하는 쇼핑몰에서 오전에 주문한 책이 오후에 배달되듯 그렇게 후딱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일요일 밤이 되면 늘 '아, 믿을 수 없는데….' 하게 되지만, 그래 봤자 일곱 시간만 있으면 월요일 아침인 것이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었다. 평생 무의미하게 지나 가버렸던 주말을 의욕적으로 되돌려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처음 몇 주는 괜찮았지만 알아서 '월화수목금금금'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분명히 정신없는 주말보다는 아무것도 안 하는 주말이 더 만족스러웠으니까. 하지만,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놀랄 만큼 빨리 일요일 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조금은 간단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사실 계획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검소하므로 누구에게 이야기하기도 좀 창피하지만, 그만큼 실행하기도 쉬워서 이후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적이 없을 정도다. 간단히 한번 소개해 보자면,
1.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2. 커피숍에서 오전 내내 뭔가를 한다.
3. 오후에 집으로 들어와서 천천히 저녁 시간 전까지 가벼운 뭔가를 한다.
4. 저녁을 먹고 나서 휴식을 취한다.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계획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만일 자식이 있다면 숨기고 싶어 질 것만 같다. 그래도, 우선은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은데, 적어도 무계획은 아닌 것이다.
커피숍에서는 보통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만, 특별히 계획에 분류를 한정해두지 않아서 다른 일을 해도 된다. 가끔은 오전 내내 게임을 한 적도 있는데, 그래도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 왠지 뿌듯해진다. 오후가 되면 집에 들어와서 오전보다도 더 가벼운 일들을 하는데, 보통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엎어져서 패드로 인터넷 서핑을 해도 목표 달성으로, 약간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할까. 게다가 저녁을 먹고 난 이후에는 그냥 누워만 있으면 됩니다.
어쨌든, 그 이후로 일요일 밤만 되면 늘 뿌듯한 느낌으로 잠들 수 있었지만 '이게 계획대로 생활하는 건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하게 사는 법은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