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Halen - Jump
'오늘 시간 되냐? 나 이어폰 뭘 살지 고민하고 있는데 압구정에 들어볼 수 있는 매장이 있거든. 같이 갈 수 있어?'
'내가 왜.'
'저녁 사줄게.'
'요즘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
...
친구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세상의 모든 이어폰, 헤드폰을 다 긁어모아둔 것 같은 샵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앞에 늘어놓은 몇 개의 후보군들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친구의 mp3 플레이어를 집어 들었는데, 플레이리스트에 반 헬런의 'Jump'가 있네요. 그때 제 플레이리스트에 그 곡을 추가해두고는 잊고 있었는데, 길을 걷다가 랜덤 플레이로 정말 오랜만에 그 곡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아했어서 한 때는 거의 귀에 걸고 살았더랬죠.
이 곡은 도입부의 키보드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이내 주도권을 드럼 비트에 뺏기고 맙니다. 드럼은 그 이후 중반까지 - 엇박 좀 섞긴 하지만 - 쿵작쿵쿵작 성실하게 '아무도 튀지 말라고!' 하고 주문하듯 연주해대니, 악기들은 모두 그 뒤를 도로시의 사자와 허수아비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타가 후반부 솔로 파트에서 비트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보지만, 자석에 끌리는 철가루처럼 희한하게 드럼 비트에 엉겨 붙어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기타리스트 에디의 키보드는 청중들을 구름 위로 인도하는데, 특히 후반부에서 드럼 비트를 로우 노트로 지지며 끌어내리는 부분은 가히 테스토스테론의 증대, 리비도의 폭발이라 할만합니다. 듣고 있으면 그냥 엄청나게 통쾌하고 짜릿하거든요. 마치 격투 게임에서 3라운드 에너지가 한 칸 남은 상태에서 마지막 펀치로 상대를 보내버린 후 'You Win!' 하는 안내멘트를 듣는 느낌. 여성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어쨌든 아침에 들으면 하루를 열심히 살게 되고, 저녁에 들으면 '아 뭐야. 분위기는 시작이라고!' 하게 되는 음악. 반 헬런의 'Jump'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