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며칠전 판타스틱 듀오에 아이유가 싸이와 함께 출연했다. 아이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지 않고 계속 보게 되었는데, 앙코르 공연을 하던 싸이는 곡 브레이크에서 조명팀에게 관객석에 조명을 좀 비춰달라고 한다. 이내 객석이 환해지면서 서있는 관객들이 보이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이거 보려고 이 직업 하는 건데...'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렸을 때에 음악을 한답시고 왔다 갔다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좋았는지 나도 모른다. 기타를 잘 치지 못해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마치 앨범 몇 개 낸 중견 그룹처럼 그렇게 진지하게 음악을 대했었다.
가끔 아는 형이 하는 음악카페에서 잘하는 그룹 사이에 시간 때우기 공연을 하게 될 때가 있었는데, 차례를 기다릴 때면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일단 무대 - 랄 것도 없지만 - 에 올라가면 금세 평정심을 되찾게 되는데, 모든 조명들이 무대 쪽을 비추고 있어 관객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연습실에서 우리끼리 연습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가끔 객석 쪽에 조명이 비치거나 무대 쪽 조명이 객석까지 흩어지게 되어 관객들을 볼 수 있게 될 때가 있는데, 비록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연주에 집중해주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보컬은 성대 결절이 걸리든 말든 목이 터져라 부르게 되고,
기타는 손가락이 찢어지는지도 모르고 스트로킹을 하게 되며,
드럼은 호흡이 힘들어질 정도로 탐을 두들겨대게 된다.
그렇게 우리를 봐주는 몇 명을 확인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특별히 음악에 소질이 있는것 같지 않아도, 얼마 동안은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 오롯이 내게만 뭔가를 바라는 눈빛을 마주하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저렇게 관객이 많으면 더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직업이라는 건 그런 것 같다. 늘 이걸 하는 게 맞는 건가 싶고,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종종 드는데도 나는 계속 이 일을 잡고 있는 이유가 뭘까? 물론 다른 일을 할만한 용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시도를 하기엔 너무 게으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싸이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처럼, 이 직업을 통해 나만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마치 여름밤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한번 훅 흘러들어 온 바람에 반해서 잠들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게 되는 것처럼.
어쨌든, 그 말을 할 때 싸이의 표정에서 그 때가 그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 중 하나겠구나 싶었고,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수라면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